서울대 총장, '졸업생 N번방' 디지털 성범죄에 사과…"큰 책임감 느껴"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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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 졸업생 2명이 대학 동문 등 여성 수십 명을 상대로 음란물을 만들어 유포하는 등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른 이른바 '서울대판 N번방' 사태에 대해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이 공식 사과했다.


유 총장은 23일 오후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서울대 졸업생이 관여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학교의 책임자이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사회에서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대책과 피해자보호를 위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논의를 시작했다"며 "교수뿐 아니라 전문가, 학생도 같이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부분은 결국 교육기관으로서 서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넓은 의미의 인성과 사회적 책임, 공공성, 시민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직후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디지털 성범죄 예방 등을 위한 TF(Task Force,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TF에는 주요 보직을 맡은 교수뿐 아니라 전문가와 학생들도 참여하고 있다. TF는 전날 첫 회의를 열고 학생사회에 효과적인 디지털 성범죄 예방교육 방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성범죄 피해자를 법률적·심리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신고통로를 만들기로 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졸업 사진이 합성 음란물에 활용된 점을 고려해 다른 학생 사진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도록 졸업앨범 제작업체와 협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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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서울대를 졸업한 남성 박 모(40)씨와 강 모(31)씨가 각각 지난달 11일과 이달 16일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경찰에 검거된 지난달 초까지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대 동문 12명을 비롯한 여성 61명의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박 씨는 강 씨로부터 합성 음란물과 함께 피해자 신상정보를 받아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영리 목적이 아닌 단순한 성적 욕망 해소를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일면식이 없는 사이였으나 함께 범행을 저지르며 서로를 "한 몸"이라고 지칭하고 "합성 전문가"라며 치켜세우는 등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했는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서울대 동문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가 제작·유포한 음란물은 각각 100여건, 1700여건에 달했다. 박 씨가 만든 단체 채팅방만 20여개로, 비슷한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을 선별해 채팅방 링크를 주는 방식으로 초대해 음란물을 유포했다. 한 채팅방에는 최대 50명이 넘는 인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만든 음란물을 텔레그램에서 공유받아 재유포하고 지인들을 상대로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유포한 남성 3명도 이달 검찰에 넘겨졌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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