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자리매김 넘어 석유·가스 수출까지 부푸는 꿈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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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체 사용 가능한 기간
석유 4년·천연가스 29년 등 추산
올해 말부터 순차 탐사 시추 시작
해외 메이저 개발 기업 유치 추진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약 7~10년

정부는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이날 경북 포항 영일만 바다가 잔잔한 물결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국정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은 국정브리핑에 배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연합뉴스

동해 심해인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조만간 한국이 명실상부한 산유국 대열에 합류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과거 동해 가스전 개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정확한 매장량과 상업화 가능성은 실제 시추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이어서 아직 섣부른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사용할 양 부존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정부가 ‘동해 심해 가스전’ 물리탐사 자료 해석을 통해 산출한 '탐사자원량'은 최소 35억 배럴, 최대 140억 배럴이다. 탐사자원량이란 물리탐사 자료를 해석해 산출한 유망 구조의 추정 매장량으로, 아직 시추를 통해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매장 예상 자원의 비율을 가스 75%, 석유 25%로 추정하고 있다. 가스는 최소 3억 2000만t(톤)에서 최대 12억 9000만t, 석유는 최소 7억 8000만 배럴에서 최대 42억 2000만 배럴이 부존할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금세기 발견된 최대 심해 유전으로 평가되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의 자원량(매장량+발견잠재자원량)이 110억 배럴 규모인 것을 감안하면 동해 심해 개발이 현실화한다면 '잭폿'이라 부를만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는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이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 실제 140억 배럴 규모의 석유와 가스가 나온다면 이 가치는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5배 정도라”고 밝혔다.

남은 것은 향후 탐사 시추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제 부존 여부와 부존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경제성이 있다고 확정하면 본격적인 개발·생산에 들어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서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브리핑에서 공개된 유망구조 도출지역이 표기된 이미지. 연합뉴스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10년

석유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는 약 7∼10년이 걸리며 생산 기간은 약 30년이다. 정부는 첫 시추 일정을 연말로 계획 중이며, 3개월간의 작업을 거쳐 최종적인 작업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향후 경제성 평가 확정 등의 과정을 거친 뒤 만약 성공할 경우 동해 심해에서 2035년에 석유·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동해 심해 가스전이) 심해 1km보다 더 깊다고 보면 된다"며 "심해 가스전은 (깊이가) 1km 이상이라 실제 (가스·석유가) 발견돼도 생산에 굉장히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석유공사는 동해 천해에서 총 11공 탐사정 시추 끝에 국내 최초로 상업적 가스를 발견, 98번째 산유국이 됐다. 석유공사는 아직 탐사가 실시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평가를 통해 추가 유망 구조를 도출할 예정이다. 정부의 탐사 실시 지역은 전체 광권의 약 3분의 1가량으로, 미탐사 지역이 남아 있다.


■석유·가스 자립 넘어 수출 가능성도

한국은 에너지의 97∼98%를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특히 원유는 수입 에너지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동해 천해에서 첫 상업적 가스를 발견해 한국은 '98번째 산유국'에 올랐으나, 매장량은 4500만 배럴에 그쳤다.

정부가 이번에 추산한 '최대 140억 배럴'은 동해 천해 매장량의 311배로, 시추 결과 이 같은 석유·가스 매장이 확인되면 명목상 산유국을 넘어 실질적 산유국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가스가 실제로 생산되면 생산량에 따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석유·가스의 에너지 자립은 물론 수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동해 심해 가스전에) 생산 시추공이 들어가면 일일 생산량이 나오는데, 어느 정도는 국내 들어가고 나머지는 해외에 판매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추 결과 등 차분히 기다려야"

다만, 이번 자료 조사 결과만으로 석유·가스 개발이 현실화한 것처럼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브리핑에서 개발 성공률에 대해 "저희가 받은 자료에는 20% 정도로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석유·가스 개발 사업 분야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여전히 실패할 확률이 80%에 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 1998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하고 시추 등 과정을 거쳐 '동해 가스전'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동해 가스전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약 4500만 배럴의 가스를 생산하고 가스 고갈로 문을 닫았다. 약 17년 동안 매출은 2조 6000억 원, 순이익은 1조 4000억 원에 그쳐 개발 초기의 큰 기대에는 못 미쳤다.

정부는 1차 시추에서 개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최소 5차에 걸쳐 부존 가능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심해 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는 약 1000억 원이 소요된다. 심해에 깊은 구멍을 뚫는 시추는 전문 장비와 기술력이 필요해 미국·유럽 등 글로벌 전문기업에 맡겨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제 탐사시추를 시작하는 단계인 만큼 추후 절차를 보면서 차분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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