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울경 광역권 통합 논의 위해 세 단체장 당장 만나야
대구·경북 2026년 7월 로드맵 제시
지방소멸 막기 위해서도 머리 맞대길
수면 아래 잠복했던 광역권 행정 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을 위해 연내에 ‘대구·경북통합특별법’을 제정하고 2026년 7월 1일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계획대로라면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단체장이 선출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 우동기 위원장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동하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통합 필요성은 물론이고, 추진 방향, 정부 지원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구·경북은 통합 방안을 마련한 뒤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대구·경북통합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구·경북 행정 통합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날 회동에서 정부는 대구·경북 통합이 행정체제 개편의 선도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구성하고, 행정적·재정적 특례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상민 장관은 이날 “수도권에 상응하는 수준의 광역경제권을 형성해 수도권 일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대구·경북 통합의 가속화는 수도권 집중과 급격한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에 대비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양 지자체를 합쳐서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자는 차원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부산과 울산, 경남은 이런 통합 논의를 강 건너 불구경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인지 의문스럽다. 저출생과 청년인구 유출, 초고령화라는 지방소멸 삼중고는 부울경이 대구·경북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이다. 부산 인구는 2022년 330만 명에서 2052년에는 245만 명으로 4분의 1 이상이 줄어든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도 감소율이 최고로 높다. 경남도 매한가지 상황이다. 하지만, 지자체와 지역 정치권의 대처는 답답하기 그지없다. 메가시티 광역경제권을 추진하다 좌초한 부울경은 행정 통합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윤석열 정부의 국가 행정체제 개편 흐름에 뒤처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광역권 행정 통합은 다양한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갈수록 심각해지는 수도권 집중과 경기 침체,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은 지자체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부산과 울산은 각각 1963년, 1996년 경남에서 분리됐지만 문화적 뿌리는 같다. 주민의 공감대만 형성되면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부울경이 합쳐지면 충분한 전력과 공장용지, 가덕신공항과 부산항, 대학을 배경으로 622조 원에 이르는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공장 유치에도 도전장을 낼 수 있다. 지방소멸의 시한폭탄을 멈추고, 국가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잡기 위한 부울경 행정 통합 논의를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