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원대 부산시 금고를 열어라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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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조 원대 금고 운영 이달 공모
국민은행 주금고 운영 입찰 의지
리딩뱅크·동남은행 인연 내세워
24년째 운영 부산은행에 도전장
부산은행도 주금고 수성에 올인
2파전 땐 협력사업비도 커질 듯

KB국민은행이 15조 원 규모의 부산시 주금고(제1금고) 운영 금융기관 공모전에 뛰어든다. 24년째 BNK부산은행이 수성하고 있는 1금고에 국민은행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1금고를 둘러싸고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국민은행 이혁 부산·울산·경남지역그룹 대표는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이달 중 공모 절차를 진행하는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CEO의 최종 결정을 거쳐야 하지만 1, 2금고 동시 입찰을 생각하고 있다”며 “국민은행이 광역지자체 중 1금고를 관리하는 곳이 없어 부산시 1금고를 맡게 된다면 전사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실상 1금고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4년 전 공모 당시 시금고 운영 조례가 변경돼 금융기관은 1금고, 2금고 중복 지원이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2013년부터 2금고에만 입찰을 해왔고 12년째 2금고를 관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시중은행 중 가장 큰 자산 규모를 가진 ‘리딩뱅크’의 입지와 국민은행의 시초인 과거 부산을 본사로 뒀던 옛 동남은행의 정체성을 무기로 1금고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산신용보증재단에 120억 원을 기탁하면서 은행 가운데 최대 액수를 출연, 자금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1금고로 선정된다면 기존에 없던 형태로 시에 여러가지 사회공헌 사업을 제안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1금고 공모에 참전하면 1금고 공모는 부산은행과 국민은행의 2파전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규모·자금력과 부산은행의 꾸준한 지역사회 공헌도의 승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부산은행은 내부적으로 올해도 1금고에만 입찰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금고는 부산은행이 2000년 옛 한빛은행과의 경쟁 끝에 1금고를 차지한 뒤 24년간 단독 입찰했다. 시중은행들이 부산은행의 아성과 지역사회 기여도 등에 밀려 낙찰 가능성이 높은 2금고에 더 큰 관심을 보이면서 1금고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이번 2금고에는 하나은행, 농협은행과 국민은행 등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행보는 수도권 시장이 은행 간 경쟁으로 포화상태에 이르자 지역시장 공략을 본격화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저원가성 예금(연금리가 0.1% 정도로 아주 낮은 예금)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에서 지자체 금고는 매우 매력적인 저원가성 예금 확보 수단이다. 국민은행이 부산시 1금고를 차지하게 될 경우 타 지자체의 ‘금고 전쟁’에도 큰 파장이 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금고 공모가 2파전을 치러지게 되면 자연스레 은행이 금고 공모에 써내는 지자체 협력사업비도 대폭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업비는 평가 항목 배점이 높지는 않지만, 은행의 금고 운영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강하다. 부산은행은 2020년 1금고 입찰 당시 303억 원을 제시했고 국민은행은 2금고에 102억 원을 제시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자체 중 가장 규모가 큰 부산시 금고 확보는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단순히 수치적 이익을 넘어 지역 영업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어 은행 간 전례 없는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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