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극장, 독서 백 권보다 효과 빠르고 컸다”
자유아동극장 개관 앞두고
한형석 2세 초청 대담 열려
손녀, 할아버지 다큐 제작 중
‘한형석 자유아동극장’ 복원 개관을 앞두고 한형석 선생과 우리나라 최초의 아동극장으로 문을 연 자유아동극장에 관한 이야기를 선생의 가족으로부터 직접 들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8일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에서 열린 한형석기념사업회 한종수 이사 초청 ‘대가의 2세들’ 세 번째 프로그램이 열린 것이다. 한형석 자유아동극장은 부산근현대역사관과 불과 2㎞ 떨어진 곳에 위치해 이날 행사의 의미를 더했다.
자유아동극장은 1953년 부산 서구 부민동에 세워진 한국 최초의 아동 전용 극장이었다. 1955년까지 2년 간의 운영기간 동안 500여 회 공연을 열어 11만 8000명이 무료 관람했다. ‘백 권의 독서보다 더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교육영화를 비롯해 음악·아동극·무용·인형극 등으로 아동의 지식 계몽과 정서 육성에 이 아동극장이 발휘할 기능의 범위는 광대하다.’ 자료 화면을 통해 1953년에 만들어진 아동극장의 창립 취지서 문구가 나오자 참가 시민들은 시대를 훌쩍 앞서간 그 정신에 다들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날 행사에는 특히 창립 취지서와 함께 목조 벽을 세우는 극장 공사 모습, 공연을 보기 위한 어린이들의 긴 행렬이 담긴 사진 등이 공개되어 관심을 모았다. 자유아동극장은 전쟁의 포화로 거리에 부랑 아동, 걸식 아동이 넘쳐날 때 선생이 예술로서 어린이들을 구제하겠다며 사재를 털어 설립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문 목수를 고용할 돈이 없어 공사를 직접 하고, 선생의 어머니가 공사비에 보태기 위해 전화기를 팔아야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자유아동극장은 살아 있는 교실 역할을 했다. 그곳에서 1952년 선생이 제작에 참여한 기념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 ‘낙동강’이 상영되기도 했다. 선생의 장남인 한종수 이사는 “영화 쪽 일을 하고 싶다던 상언(둘째 딸)이가 할아버지에 관한 영화를 만들겠다며 계속해서 기록하고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1950년대에 영화를 제작한 선구자 한형석 선생의 다큐멘터리가 손녀 손에 의해 머지않아 세상에 나온다는 예고였다. 한 이사는 끝으로 “한형석을 독립운동가로만 알지 중국 근대 음악사에서도 일정한 위치를 차지한 음악가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이런 부분을 더 알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형석 자유아동극장은 최초 복원 사업을 추진한 지 10년 만인 다음 달 초에 서구 부민동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연면적 868㎡(약 263평)에 총 3층 규모다. 160석에 달하는 아동극장과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됐다. 한편 이날 객석에서는 “생가를 없앤 데다 한형석 기념관이 빠져 역사적 인물과 이에 얽힌 역사 문화유산을 기리는 취지가 퇴색돼 버린 것 같다”는 아쉬움이 다시 한번 제기되었다. 또한 접근성이나 주차난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와 개관을 앞두고 보다 면밀한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