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나왔던 해운대 재송동 아파트 화재…항소심서도 “과실 없어” 주장
부산고법 형사1부, 지난 7일 항소심 첫 공판 열어
변호인 “피고인 행위와 사망 인과 관계 없어” 주장
1심서 ‘과실치사’ 인정한 만큼 향후 법리 다툼 예상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일가족 3명이 숨진 2022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부산일보 2022년 6월 28일 자 8면 등 보도)와 관련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항소심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1심 재판부는 화재 경보기만 켜져 있었다면 이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판단한 만큼 향후 재판에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부산고법 형사1부(성금석 부장판사) 지난 7일 업무상 과실치사, 소방시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당직 근무자 A 씨 등 관리사무소 직원 4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2년 6월 27일 새벽 4시 13분 재송동의 한 아파트 13층 화재 발생 58시간 전부터 화재 경보기를 꺼 놓아 결국 일가족 3명을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다. 불이 나기 직전 다른 동에서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했고, 관리사무소 측이 이 아파트 전체 동의 화재 경보기를 모두 중지하는 탓에 곧바로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경보기가 전혀 울리지 않았다.
A 씨 측은 1심에서 법리를 잘못 판단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이번 사건 유무죄 여부를 떠나서 관리하는 아파트에서 이 사고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상황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다만 원심 판결에는 이 사건 사실 관계를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해서 잘못 판단한 위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들에게 죄가 있더라도 피고인들의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과는 인과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피고인들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를 포함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상습적으로 화재경보기를 꺼 놨다. 이들은 화재 경보기가 자주 울려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202회에 걸쳐 화재경보기 작동을 멈췄다. 2022년 1월부터 6월 27일까지 화재 경보기 작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경보기가 켜져 있는 시간은 약 22%에 불과했다.
1심 재판부는 화재 경보기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새벽 시간 자고 있던 피해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며 피고인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상급자 2명에게는 각각 금고 1년과 금고 10개월 등을 선고했다. 나머지 관리 직원 1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관리업체에 대해서는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A 씨가 아파트 전체 화재 경보기 차단을 지시했기 때문에 실제 화재 때 경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과실로 사망과의 결과 사이에도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며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에 해당한다고 보여 향후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판시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