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부실 심의 드러낸 이기대 고층 아파트 허가
조망권 독점·용적률 파격 상향 논란
행정, 공공 가치 지키는 제 역할해야
이기대공원 코앞에 추진 중인 고층 아파트에 대한 부산시의 부실한 심의와 수상한 용적률 상향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부산일보〉 보도에 따르면 아이에스동서㈜는 이기대공원의 관문인 남구 용호동 973 일원에 고층 아파트 3개 동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개발사 측은 부산시 주택사업공동위원회 심의를 조건부 통과한 뒤 남구에 사업계획 승인 신청을 낸 상태다. 승인이 나면 아파트 착공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최고 31층 아파트가 이기대공원 장자산의 능선을 대부분 가린다는 것이다. 즉, 아파트 거주민이 이기대 절경을 독점하고 부산시민의 조망권은 박탈된다. 공공의 가치를 훼손하는 개발 행위 중단 요구가 터져 나오는 까닭이다.
아파트 입지의 문제는 ‘풍경 독점’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산시는 도시공원 일몰제에 따른 난개발을 막기 위해 737억 원을 들여 이기대공원 내 사유지를 매입했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등 세계적 수준의 예술문화공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아파트 예정지는 용호부두 재개발지와 닿아 있다. 부산시와 남구가 호텔 등이 포함된 해양레저 관광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기대공원은 부산시민이 즐겨찾는 갈맷길 코스이자 외지 방문객의 선호도가 가장 높은 명승지이기도 하다. 서지연(비례) 시의원은 시의회 질의에서 거수기 역할을 한 부산시 심의를 비판한 뒤 “시민 혈세로 아파트 자산 가치를 높여 주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논란을 키운 건 부산시의 허술한 심의다. 부산 도심에서 이기대가 갖는 상징성과 주변 도시계획 사업을 고려할 때 공공적인 가치가 적용돼야 하는데 되레 부산시가 사업자를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산일보〉가 심의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위원장인 부산시 건축주택국장은 아파트 건립을 기정사실화한 채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 지능형 건축물, 녹색건축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들 조건은 용적률 완화 항목인데, 실제 심의 결과 249.99% 용적률을 인정받았다. 법정 180%에 70%가량의 인센티브를 얹어 받은 것이다. 통상 20~40% 수준에 비해 파격적인 인센티브 수준이라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웃한다.
부산시는 미래 지향적 도시 개발을 위해 전문가를 영입하고 경관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어 홍보해 왔다. 최근에는 조직 개편을 통해 도시 경관 혁신과 도시 브랜드 구축을 전담할 미래디자인본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시의 장밋빛 계획은 이기대공원 입구 고층 아파트에 대한 허술한 심의에서 그 빛이 바래졌다. 이기대공원과 용호만 일대에 그려진 문화관광벨트의 청사진과 경관을 가리는 고층 아파트는 병립하기 어렵다.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주거지역이라면 그냥 사업 허가를 내주는 기계적 행정으로는 바다와 산, 공원이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 수가 없다. 보존과 개발을 대하는 부산시 행정에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