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상임위원장 ‘독식’ 이어 특검법도 ‘독주’ 태세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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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과방위 곧바로 가동 절차
특검법 등 처리에 ‘속도전’ 전략
남은 7개 상임위 단독 선출 압박
오는 26~28일 대정부 질문 추진
국힘 매일 의총 열어 대응책 모색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간사 선출을 위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간사 선출을 위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사상 초유의 ‘야당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한 더불어민주당이 곧바로 상임위 가동 절차에 들어갔다. 법안 처리의 관문 역할을 하는 법제사법위원회를 차지한 만큼 특검법 등의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여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에 대해서도 ‘데드라인’을 제시하면서 ‘전체 상임위원장 독식’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에 여야 갈등은 갈수록 고조돼 22대 국회의 극심한 파행 양상이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 상임위원회를 즉시 가동하고, 각 부처를 상대로 한 청문회와 현안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당장 부처 업무보고부터 요구하고, 불응 시 청문회를 추진하겠다”면서 “국정조사가 필요한 사안들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 회기 내 실시하게 돼 있는 대정부질문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본회의를 단독 개최해 11개 상임위 구성을 강행했다. 민주당이 가져간 상임위원장에는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운영위, 법안 처리의 관문이자 각종 특검을 담당하는 법사위, 그리고 방송정책을 담당하는 과방위 등 ‘핵심’ 상임위가 포함됐다. 예산심사를 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가져가 예산부터 주요 법안까지 민주당이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 명분으로 ‘일하는 국회’를 내세웠다. 이 대표는 11일 의원총회에서 “관례나 합의, 협의를 빙자해서 국회의 역할을 사실상 못 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원 구성 합의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의 기능을 장시간 작동하지 못하도록 방치하는 것도 결코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옳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이 상임위 가동 전략을 밝히자 법사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청래 최고위원은 ‘채 상병 특검법’ 심의 등을 위해 곧바로 회의 소집을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열고 야당 몫의 간사를 선임했다. 과방위 간사로 내정된 김현 의원은 지난 1일부로 지원조례 효력을 상실한 서울시 미디어재단 교통방송(TBS) 문제와 관련국정조사를 촉구하는 등 상임위 현안을 이슈화하는 데 나선 상태다.

민주당은 여당이 국회 일정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아직 위원장을 선출하지 않은 7개 상임위에 대해서도 ‘단독 선출’을 강행하겠다고 압박했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13일에 나머지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는 게 원칙”이라며 “본회의 개의를 신청했고, 이 부분을 의장과 의논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13일까지 국민의힘이 상임위원장 후보를 내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셈이다.

강 대변인은 ‘7개 상임위 위원장 후보를 선임했나’라는 물음에 “선정된 것으로 안다”며 민주당 단독으로 선출할 준비가 끝났음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을 모두 마치면 24일부터 이틀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26∼28일 대정부질문을 통해 정부를 상대로 각종 현안을 질의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또 상임위에서는 각 부처 업무보고를 요구하고 불응 시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여당의 ‘대통령 거부권’ 전략에 대해선 범야권 공조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분간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민주당의 '입법 독주'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당내에서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소집하는 상임위 회의를 비롯한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하거나, 모든 법안에 대해 대통령 재의 요구를 건의하자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도 이날 언론에 "재의요구권 명분이 더 견고해질 것"이라고 밝히며 여야 합의 없이 강행 처리되는 법안에 거부권을 적극 행사할 뜻을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 등 핵심 상임위를 민주당이 독식해 놓고 여당에 들러리만 서라는 것"이라며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과 관련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주 민주당 단독으로 또 본회의가 열려 22대 전반기 원 구성이 완전히 마무리될 경우 소외된 국민의힘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충돌이 극한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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