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터진 은행 거액 횡령사고, 자정·감독 기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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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우리은행 지점에서 발생
통제 시스템 강화·윤리의식 중요

우리은행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우리은행 사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은행의 거액 횡령사고가 또 터졌다. 2년 전 7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횡령으로 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우리은행에서 또다시 거액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경남 김해시의 한 지점에서 일어났다. 해당 지점 대리인 직원 A 씨는 올해 초부터 대출 신청서와 입금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100억 원가량의 고객 대출금을 빼돌린 뒤 이를 가상화폐와 해외 선물 등에 투자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우리은행에 대한 긴급 현장검사에 들어간다. 연이어 이런 사고가 터진다는 건 우리은행 내부 통제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범 여부는 물론이고 이참에 원인 분석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우리은행이 지탄받는 것은 그들의 시스템이다. 2년 전 거액의 횡령사고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부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하고 구멍이 뚫렸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내놓았다.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도 거창하게 진행했다. 이번 사고는 이런 다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이번 사고를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을 통해 적발했다며 위안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지점에서 대출이 나갈 때 담당자는 물론 지점장과 전임 감사 등이 서류를 중복으로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고객들에게 믿고 돈을 맡기라고 할 수 있겠는가.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위험수위에 다다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BNK경남은행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액수도 그렇지만 최초 범행 이후 수년간 해당 은행이 횡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올해에는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에선 수백억 원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신용이 생명인 은행업 특성상 철저한 내부 통제 시스템은 기본이다. 그런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내부 직원의 횡령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현실이다. 더 이상 은행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크고 작은 횡령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은행권의 내부 통제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이는 금융 당국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비리 당사자와 금융감독 기관의 동반 책임을 묻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직원들의 자정 노력과 윤리의식도 중요하다. 몇 년 전 금감원이 장기 근무자 순환 배치, 명령 휴가제 등의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은행 현장에선 달라진 게 없다. 고객 돈을 빼돌리거나 사익을 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다. 도덕 무장을 위한 대대적 교육활동 등 자정·감독 기능의 강화가 그래서 필요하다. 금융은 신뢰를 먹고 산다. 돈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을 고객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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