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쪼그라든 부산 모빌리티쇼, 체질 확 바꿔 위상 높이길
완성차 참여 저조 흥행 전망 어두워
차별성 확보와 질적 변신만이 살 길
한국의 대표적인 모터쇼인 부산 국제모터쇼가 올해부터 ‘부산 모빌리티쇼’라는 새로운 간판을 달고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내연기관차를 넘어 전기차와 수소차, 해양 모빌리티 등을 품고 전기차 배터리 부품까지 아우르면서 전시 범위를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국제모터쇼의 위상 추락이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 나름대로 변신을 꾀한 결과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의 참여가 저조하고 전시 규모가 작아 흥행 전망이 밝지 않다는 냉혹한 진단도 있다. 현실이 이런 만큼 부산만의 차별성을 살려내는 게 중요한데, 내실 있는 준비를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으면 한다.
이번 행사에는 국내외 인기 완성차 브랜드의 신차·전기차와 함께 친환경 자동차, 자율주행 보트, 도심항공교통(UAM), 전기 이륜차, 슈퍼카, 클래식카 같은 다양한 교통수단들이 대거 소개될 예정이다. 신차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5대에 이목이 집중돼 있다.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도 관심을 모은다. 최신 기술의 향연장인 미래차 전시와 관련해서는 혁신성과 고성능을 두루 갖춘 다채로운 모빌리티에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된다. 일단 미래의 트렌드와 첨단 기술의 향방을 가늠할 기회라는 점에서 ‘모빌리티쇼’라는 새롭게 바뀐 이름에 값한다고 하겠다.
하지만 완성차 브랜드가 모두 6곳에 불과할 정도로 업계의 참여 열기가 낮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다가온다. 현대, 기아와 부산공장이 있는 르노코리아 외에는 대부분 참석하길 꺼렸다. 업체들은 비용 문제와 경영상 이유를 들지만 모터쇼의 위상이 흔들리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다. 자동차에 IT 기술을 접목하는 추세에 따라 모터쇼 대신 IT·가전 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업체들이 몰린 지 오래다. 부산 모빌리티쇼의 경우 전시 규모가 서울이나 중국 상하이 모빌리티쇼에 비해 작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서 희생되는 측면도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행사에 찬물을 끼얹은 코로나 사태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최근 세계 5대 모터쇼인 스위스 제네바국제모터쇼의 몰락 소식은 상징적이다. 제조업체들의 관심이 부족한 데다 미래차 시대의 기술적 전망을 따라가지 못해 경쟁에서 뒤처진 대다수 모터쇼는 몰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모빌리티쇼 역시 질적 변신에 성공해야 생존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름만 바꾼다고 성공이 보장되진 않는다. 달라진 명칭에 맞게 올해는 전면적인 체질 개선의 계기를 찾아내는 데 힘써야 한다. 친환경 기술 트렌드를 반영하는 모빌리티 전문 전시회로서의 위상 확보와 함께 부산만의 차별성을 살려서 지역 브랜드로 키워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네잔치 수준으로 전락하면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