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뱀 때문에… 부산·경남 대규모 정전 이어져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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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동서 까마귀 전선 끊어
물만골 아파트·중학교 전기 차단
도심 개체수 늘면서 사고 잇따라
경남 진주서 뱀이 설비 고장 유발
3000세대 혼란·승강기 멈춤도

지난 10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진주역 인근에서 뱀 때문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경남 진주시 가좌동 진주역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3000여 세대가 어둠에 덮였다. 독자 제공 지난 10일 경남 진주시 가좌동 진주역 인근에서 뱀 때문에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로 경남 진주시 가좌동 진주역 인근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3000여 세대가 어둠에 덮였다. 독자 제공

부산과 경남에서 까마귀와 뱀 등 야생동물이 전선에 접촉하면서 정전 사고가 벌어지는 일이 잇따른다. 특히 까마귀는 도심에서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도 꾸준히 이어져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13일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분 부산 연제구 연산동 물만골 일대 492가구와 인근 중학교 등에 정전이 일어났다. 정전 후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도 고장 전류 등을 감지하는 보호계전기가 작동해 전기가 차단됐다. 이날 오전 8시 54분 복구를 마칠 때까지 시민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번 정전은 까마귀가 전선에 접촉하면서 발생했다. 한전 관계자는 “몸집이 큰 까마귀가 날개를 펴 전선 주변을 이동하다 보면 합선이 일어나곤 한다”며 “이번엔 고압 전선이 끊어지면서 정전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까마귀는 도심에 높은 나무가 적은 탓에 전신주에 둥지를 틀기도 하고, 둥지를 만들 때 나뭇가지와 함께 철사나 쇠붙이 등을 이용하다가 정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정전이 까마귀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올 3월 부산 연제구 부산지검 인근 변호사 사무실과 병원, 지난해 10월 부산 기장군 동남권 방사선의과학산업단지 등에 전기가 끊어졌다. 두 사례 모두 까마귀가 전선을 쪼아 일어났다. 한전은 전국 까마귀 정전 피해를 2021년 21건, 2022년 47건, 지난해 35건으로 집계했다.

끊이지 않는 정전은 도심에 까마귀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특히 산 텃새인 큰부리까마귀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94년 까치를 유해조류로 지정한 후 개체 수를 줄인 여파도 있다. 이는 까치처럼 과일이나 곡식 등을 먹는 큰부리까마귀가 도심으로 서식지를 옮기는 계기가 됐다.

뱀도 정전을 일으킨다. 한국전력공사 진주지사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1시 35분 진주역 인근에 정전이 일어나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3000여 세대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승강기가 멈춰 주민들이 갇히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수리를 위해 현장을 갔는데 전신주에 죽은 뱀 사체가 걸려 있었다는 진술이 있었다”며 “뱀이 전기 설비를 건드려 불꽃이 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뱀은 나무를 타는 습성이 있는 종이 있는 데다 사냥을 하기 위해 둥지가 있는 전신주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주로 야간에 전신주를 오르내려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누룩뱀이나 구렁이 등은 나무를 올라가는 습성이 있다”며 “전신주를 나무로 착각할 수도 있고, 둥지에 있는 조류를 사냥하기 위해 올라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까마귀와 뱀뿐 아니라 다양한 동·식물 등이 지속적으로 정전을 유발한다. 2021~2023년에 경남에서 발생한 정전 건수는 총 1391건이고, 그중 동·식물 등 물질과 접촉해 일어난 정전 사고는 424건으로 전체 30.5%를 차지했다. 2021년 488건 중 152건, 2022년 402건 중 114건, 지난해 501건 중 158건은 특정 물질과 접촉해 정전으로 이어졌다.

정전을 예방하려면 전신주 주변에서 특정 물질을 발견했을 때 곧바로 한전에 신고하는 게 좋다. 한전 관계자는 “둥지뿐만 아니라 비산물도 정전 원인이 되기에 관련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전을 일으키는 동·식물은 도심에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까마귀는 사람을 공격하거나 쓰레기를 흩뜨리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지난달 울산에서는 까마귀가 행인 머리를 공격하는 장면이 포착됐고, 부산 강서구 한 주민은 지난해 3월 쓰레기를 버리다가 까마귀 3마리에게 공격을 받아 다치기도 했다. 특히 큰부리까마귀는 5~6월에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낳아 공격성이 커진다.

소방 당국은 부산에서 까마귀로 인한 출동 건수를 2022년 71건, 지난해 62건, 올해는 5월까지 48건으로 집계했다. 행인 공격, 둥지, 쓰레기 문제 등이 포함된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까마귀 공격을 받으면 최대한 그 장소에서 멀리 이동하고, 우산을 펼치거나 막대기 등으로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까마귀는 사람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공격적인 행동은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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