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루오션 바다에서 자신만의 길을 열어 보세요"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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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현 선박 기관사

의대 목표 못 이뤄 끝났다 생각
해양대 입학 후 좋아하는 일 찾아
승선 생활 견디려 운동도 꾸준히
바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일 있어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해양과 함께하다' 행사 북콘서트에서 전소현 선박 기관사가 강연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회도서관, 해양과 함께하다' 행사 북콘서트에서 전소현 선박 기관사가 강연하고 있다.

“바다는 굉장한 블루오션이다. 알고 보면 바다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일이 있고 거기서 돈도 많이 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싶다.” 지난 15일 국회부산도서관이 국립해양과학관·국립해양박물관·국가해양환경교육센터와 함께 개최한 ‘국회도서관, 해양과 함께하다’ 행사 북콘서트에서 전소현 선박 기관사는 눈을 돌려 바다를 보라고 강조했다. 전 기관사는 〈바다 위에도 길은 있으니까〉의 저자로 의대를 목표로 했지만 못 가게 되면서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학생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북콘서트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상당한 울림이 있었다. 이날 강연과 함께 책에 소개된 내용을 섞어서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전 씨는 중학교 때까지 이름보다 전교 1등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었다. 의대에 많이 진학하는 전주 명문고 상산고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당연히 의사가 될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고교 시절은 내내 힘이 들었고 결국 초라한 수능성적으로 고민할 때 아버지가 “너만 잘하면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어 있다”는 말로 국립한국해양대 카드를 내밀었다는 것이다.

그 선택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전 기관사는 “비록 처음부터 원했던 대학은 아니었지만 대학 합격증을 받고 나니 인생의 한 관문을 넘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안해졌다”라고 말했다. 대학 생활은 열심히 한 만큼 학점은 잘 나왔고, 승선 실습 때는 이론을 실제로 써먹으니 얼마나 짜릿한지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거대한 선박을 움직이는 엔진이 내 손끝에서 돌아가는 맛에 이 길을 쭉 걸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힘든 승선 생활을 견디기 위한 체력을 키우려고 크로스핏과 테니스를 꾸준히 했고, 국립해양박물관에서 근로 장학생을 하며 필요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수능을 망쳤다고 인생이 끝은 아니다. 의대나 SKY를 나오지 않아도 세상에는 꿈을 펼칠 다양한 방법이 있다. 바다 위에도 길은 있다”는 그의 이야기는 큰 공감을 선사했다. 용기를 내어 다시 만난 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남들과 다른 그의 행보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의대에 진학했으면 몰랐을 세상, 모두 바다의 덕분이었다. 멀리 돌아왔고 그 과정은 지난했지만 결국 좋아하는 일을 찾은 사실이 중요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SK해운에 기관사로 합격했다. 승선 생활을 해야 하는 선박 기관사는 남자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극한 직업이지만 그 희소성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주로 승선 인원이 서른 명 안팎인 LNG 선박을 탔다고 했다. 대부분 홍일점으로 지냈다고 해서 승선 생활에 대한 여러 궁금증도 자아냈다.

선박 기관사는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고소득 전문적이라고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시작하는 연봉이 높고, 진급도 일반 회사보다 빠르다. 진급 간 기간은 2년 정도로 짧고 월급 차도 크다. 사원에서 대리, 대리에서 과장으로 2년 만에 올라가면서 수입이 확 는다”는 것이다. 회식도 배에서 나오는 음식으로 하고, 경조사는 참석하고 싶어도 못 하는 걸 주변에서 다 알기 때문에 마음 편하게(?) 빠질 수 있단다. 입금만 있고 지출은 없으니 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쌓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외항 상선을 타는 선원은 월급의 일부를 달러로 받을 수 있다. 그렇게 받은 달러로 바로 미국 주식을 사면 환전 수수료가 붙지 않아 일거양득이다.

“여성인데 남성과 똑같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의 답은 항상 “여성이 힘이 부쳐서 못하는 일이라면 남성도 위험하다. 그런 일이라면 안전 장비를 더 써야 한다”이었다. 선박 기관사로서 모든 기관 작업에 참여를 하고 남성 기관사들과 똑같이 일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전소현 기관사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은 사람이었다. 지금은 육상직에서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강연도 다니고 있지만 기관사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여전히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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