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견된 민주당 독단… 극복할 정치력·의지 없는 여당
경제·안보 위기, 국회 정상화 시급
대화·협치로 수권정당 면모 보여야
22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 구성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당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남은 7개 상임위원장도 자체 선출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대치가 길어지면 민생 현안의 처리가 지체되고 국정 파행으로도 이어질 수 있으니 결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쪽은 집권 여당이다. 총선 이후 거대 야당의 독주가 예견됐는데도 보이콧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는 듯해서 안타깝다. 국회 일정 거부는 국정 운영에 무한책임을 진 집권 여당의 태도일 수 없다. 국회에 돌아와서 교섭력을 찾고 민생 현안들을 야당과 함께 풀어나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은 전략, 의지도, 정치력도 없어 보인다. 근본적인 문제는 총선 참패 이후 야당 독주에 대비한 국회 운영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데 있다. 총선 패배 책임론이나 당권의 향배가 걸린 전대 룰 개정에만 관심이 집중된 반면 당의 질적 쇄신이나 변화에는 둔감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러니 여당은 원 구성을 둘러싼 대치 국면에서도 마땅한 후속 대책이나 출구 전략을 못 찾고 있는 것이다. 당내 15개 특별위원회를 통해 민생과 입법 과제를 챙기겠다고 했지만, 특위는 기본적으로 입법권이 없어서 실효성이 없는 대책이다. 결국 국정 현안에 무관심하거나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상임위를 단독으로 열어 입법 속도전에 나선 민주당의 사정도 여의치는 않아 보인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입법의 경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계속될 것인데, 여당의 협력이나 이탈이 없으면 재의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입법→거부권 행사’라는 악순환이 22대 국회에서도 무한 반복된다면 국민들의 피로감만 높아질 게 분명하다. 게다가 상임위 업무보고에 장관들이 불출석하는 등 입법부 위상을 깎고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권의 반성과 변화는 중요하지만 이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독단적인 국회 운영보다는 설득과 정치력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야당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여야의 장기 대치는 결국 국민들 피해로 이어질 뿐이다. 지금 의료 개혁과 물가 대책, 재해 대비 등 민생 현안이 산적해 있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북 문제도 초당적 해결 사안으로 떠올라 있다. 국내외 경제·안보 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 이상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 곤란하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 서둘러 국회로 복귀해 수권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싸움은 하더라도 대화 자체를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서로를 설득하려면 대화의 장에 나오는 게 먼저다. 물론 책임감을 갖고 대치 정국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여야 모두의 몫이다. 22대 국회는 할 일은 제대로 하는 민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