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수필’ 61년 만에 101호 발행 새 역사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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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등 부산박물관에 등록
한국 수필 문학사 새 장 열어

수필부산문학회(회장 하창식)가 발행하는 동인지 <隨筆(수필)>이 2024년 봄호로 통권 제101호를 냈다. 1963년 7월 15일 창간호를 낸 지 61년 만이다. 그 의미는 창간호인 <Essay>와 제호가 바뀐 <隨筆> 2호가 부산박물관에 소장품으로 등록된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부산박물관 1층 유물기증자실 기증자 명단에는 수필부산문학회 명패가 들어 있다. 2023년 수필부산문학회 60주년과 <隨筆> 101호 돌파는 한국 수필 문학사에도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隨筆>은 우리나라 수필 동인지로서는 최초의 작품집으로 탄생했다. 창간되던 무렵만 해도 수필은 그저 신변잡기 정도로 치부되면서 문학의 장르냐 아니냐를 두고 논쟁이 오가던 시절이었다. 신문 칼럼난이나 라디오 낭송 프로그램을 제외하곤 발표 공간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에서 수필문학동인회가 결성되고, 1963년 <Essay>라는 표제로 첫 수필동인지가 창간된 것이었다. 김병규, 김일두, 박문하, 이남원, 오도환, 정신득, 장성만, 허천 등 8명이 창간 동인이었다. 이듬해 3월에 나온 2호부터 <隨筆>이란 이름으로 표제를 바꿨다. 그때 표지 그림은 향파 이주홍이 맡았고, 요산 김정한도 동인에 합류했다.

박희선 고문은 “나는 등단까지 한 상태에서 39세에 수필부산문학회에 들어왔는데 입회 요건에 맞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해서 나중에 논란이 되었다. 알고 보니 나이가 마흔이 되려면 몇 달이 모자란다는 게 결격 사유였다”며 “이런 때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회칙에는 없었지만 당시에는 나이 마흔이 중년이었고, 그 나이쯤 되어야 인생을 관조하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여겨졌다는 것이다.

황선영 고문은 또 “오늘까지 61년의 풍상을 겪으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수필 동인지로서 위상을 확고히 지니게 되었다. 마침 101호라는 희망찬 지령(誌齡), 그 발행 차례는 묵시적 상징성만으로도 우리의 <隨筆>이 새 출발하는 알맞은 기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작품성을 높여 나갈 필요성이 더 커졌다”라고 말했다. 101호에는 100호 발간 및 수필부산문학회 60주년 특집과 함께 하창식의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음반’ 등 회원 28명의 작품 47개가 실렸다.


<隨筆> 101호 표지. <隨筆> 101호 표지.
수필부산문학회가 발행하는 동인지 <隨筆>이 2024년 봄호로 통권 101호를 냈다. 수필부산문학회 제공 수필부산문학회가 발행하는 동인지 <隨筆>이 2024년 봄호로 통권 101호를 냈다. 수필부산문학회 제공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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