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는 기후위기 최일선에서 싸운다”
감성의 문학평론가 김경복
‘공존을 위한 시적 행동’ 출간
일곱 번째 평론집 <공존을 위한 시적 행동>을 낸 김경복 문학평론가를 부산 영도 감지해변에서 만났다. 김 평론가는 1991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날 그는 첫사랑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다. 오랜만에 영도에 오니 옛날 생각이 나는 모양이었다. 그의 평론도 이처럼 감성적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론적 무장을 잘 갖추었지만 감성을 곧잘 드러내 시인들의 작품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 준다는 평가다.
김 평론가는 문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냅다 머리의 흉터를 보여 주려고 했다. 그 흉터 때문에 내성적인 아이가 되었고,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흉터가 지금의 자신이 되도록 추동했고, 여전히 밀어 올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예전에는 흉터를 감추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 안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단다. “나에게 문학은 흉터의 의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평론집은 감성적이기보다는, 결사적이었다. <공존을 위한 시적 행동>이라는 책 제목이나 제1부의 주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시적 응전’만 봐도 어떤 다급함이 느껴졌다. 이 책은 “곧 가라앉을 것이다 숨 쉴 구멍이 없어질 것이다”라고 최영철 시인이 강의 파괴를 노래한 ‘지구 수족관’을 시로서는 가장 먼저 언급했다. 자연 친화적인 감성을 고취하는 시들은 이제 시효가 지났다고 다소 극단적인 선언을 하는 대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생태주의에 집중한다. 기후 위기와 생태계 위기로 고통받는 존재들을 다루는 시들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말하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나아가 시는 생태계를 인식하는 실천적 행위의 필요성을 주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누구보다 가슴을 촉촉이 적시는 김 평론가가 아닌가. 2부에 가서는 노년의 존재론, 3부 절정의 노래, 4부 죽음의 내부로 파고드는 삶 등의 주제가 이어져 그의 스타일을 보고 싶어 하는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3부에서 소개된 시 ‘동백에 들다’는 손택수 시인이 나이 50에 들더니 시인으로서 자신의 운명에 대한 자각이 절정에 이른 듯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다고 말한다. 지금 손 시인이 쓰는 시들이 궁금해진다. 50의 나이로 타계한 고 박서영 시인에 대해서는그의 시 ‘업어준다는 것’을 소개하며 “이 세상의 애처로운 존재들을 말없이 감싸 업어 주려 한 사람이 이제 자신 스스로 대지의 등에 업혔구나”라며 안타까워한다. 칼날 같은 예리함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따뜻한 공감이 더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다.
한편 그는 “(유치할지도 모르지만)우주의 용어를 가지고 남들이 쓰지 않는 ‘우주시’라는 장르를 개발해서 써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고백했다. 우주시에 대한 관심 때문인지 제1부 3장에는 ‘우주적 책임과 행동주의 시’라는 주제가 펼쳐져 있다. 사람들은 그의 흉터 이야기에 놀라고, 자신의 흉터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시의 본질적 가치는 천지의 생명을 대신해 울어 주는 데 있다고 했다. 지금 시들은 지구 생태계를 위해 목 놓아 울고 있다. 글·사진=박종호 기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