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몸집 키워온 5대 시중은행 실적은 ‘미미’
팬데믹 중에도 해외 지점 확대
현지 법인 적자·부진 등에 고초
국내 주요 은행들이 몇 년째 글로벌 사업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실적에서는 아직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전체 순이익 14조 원 중 해외 법인을 통해 거둔 금액은 1조 원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기준 해외 임직원 수는 246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해외 임직원 수는 2019년 말 2003명, 2020년 말 2072명, 2021년 말 2124명, 2022년 말 2299명 등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중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지난해 말 78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나은행이 731명, 우리은행이 556명, KB국민은행이 270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은행들은 해외 네트워크도 지속해서 확장해 왔다.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본사 직영의 해외 지점 수는 총 62개로 2019년 말의 56개보다 10% 남짓 증가했다.
특히 지점과 사무소, 출장소를 비롯해 현지 법인과 지점을 다 포함한 전체 해외 네트워크 수는 지난해 말 1265개로 훨씬 많았다. 5년 전의 852개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하면서 해외 네트워크 수가 2019년 말 40개에서 2020년 말 642개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다만 은행들은 아직 글로벌 사업의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해외에서 과감하게 인수하거나 거액을 투자한 현지 법인들의 실적이 미미한 편이다.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5대 은행이 거느린 해외 종속기업(자회사)의 지난해 ‘지배기업 지분 순이익’은 총 8940억 원으로 집계됐다. 먼저 KB국민은행은 중국, 미얀마, 캄보디아 등 3개국에서 각 지분 100%를 보유한 4개 자회사를 통해 지난해 149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부코핀은행에서만 1733억 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얻어 실적을 깎아 먹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2022년 4270억 원에서 지난해 4820억 원으로 순이익을 키웠으며 같은 기간 하나은행은 320억 원 순손실에서 1050억 원 순이익으로 흑자 전환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고금리 장기화 덕분에 막대한 이자 이익을 거뒀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오히려 고금리 탓에 힘을 쓰지 못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 때 나간 대출이 고금리 상황에서 부실 채권으로 돌아오면서 해외 점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