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탄소 줄이려 190억 들여 건설한 통영 수소교통복합기지…실상은 탄소 배출 주범?
포집장치 없어 온실가스 여과 않고 배출
‘포집은 환경부 소관’ 국토부 공모 제외
업계 “혈세 들여 탄소 배출시설 만든 꼴”
통영시·사업자 뒤늦게 환경부 공모 도전
경남 통영시가 지구온난화 주범인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며 국비까지 지원받아 건설한 ‘수소교통복합기지’에 정작 탄소를 걸러낼 설비가 없어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여과 없이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무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핵심 설비인 탄소 포집 장치를 뺀 국토교통부의 엇박자 정책에다, 지자체의 안일한 집행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24일 통영시에 따르면 광도면 노산리에 들어선 수소교통복합기지(이하 통영기지)가 지난 12일부터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통영기지는 국내 최초로 시내버스 차고지에 조성된 ‘출하설비 연계 제조식’ 수소충전소다. 외부에서 수소를 공급받는 일반 충전소와 달리 연료용 수소를 직접 생산한다.
수소는 연소 시 탄소 등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다. 문제는 수소를 얻는 과정에 발생하는 부생가스 처리다. 통영기지에선 천연가스(NG)를 900도 이상 가열(개질)해 수소를 추출한다. 수율은 80% 수준이다. NG 1t을 개질하면 수소 800kg을 얻는 구조다. 이를 통해 하루 최대 1.2t, 한해 467t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시내버스 기준 연간 2만 6280대를 완충할 수 있는 양이다. 지금은 초기라 하루 100t 남짓을 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20%는 탄소와 질소로 구성된 공해물질이다. 그런데 통영기지는 이를 정화나 여과 없이 대기 중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정부 부처 간 엇박자로 탄소 포집 설비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민간사업자인 하이스테이션 관계자 “원칙은 포집 장치까지 완비하고 가동하는 게 맞다”면서도 “예산 문제로 부지만 확보하고 설비는 아직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이려 혈세를 투입한 시설이 되레 탄소 생산을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 반쪽짜리인 사업을 통영시가 아무런 고민 없이 추진하다 보니 이런 공백이 생겼다”면서 “거꾸로 가는 친환경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하이스테이션은 추가 공모 사업에 도전해 포집 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하이스테이션 관계자는 “수소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해도 디젤 버스나 CNG 버스 운행 때 보단 각각 21%, 39%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 20여 수소 제조시설 중 탄소포집 설비를 갖춘 곳은 환경부 실증사업에 참여한 창원 성주충전소가 유일하다. 통영기지는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경제성과 기술성 검증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 참여 등을 통해 필요한 설비를 확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영 수소교통복합기지는 2020년 국토부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전국 5개 기지 중 하나다. 국비 47억 원에 시도비 30억 원 등 총 190억 원이 투입돼 가장 먼저 구축을 완료했다. 통영시는 이 기지를 친환경 미래를 향한 첫 단추로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경제 대중화 마중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토대로 현재 7대인 수소 저상버스를 2031년까지 91대로 늘리고, 트럭이나 청소차 활어차 등 일반 상용차 부분까지 수요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