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일상 파고든 마약
이달 20일 인천 한 상가 건물 옥상에서 20대 2명이 몰래 필로폰을 투약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마약을 투약한 전력으로 상가 인근 마약 중독자 치료기관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또다시 필로폰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달 29일에는 전국 17개 시도의 하수처리장 34곳에서 2020년부터 4년간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 엑스터시, 코카인 등 마약류가 검출됐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가 있었다. “전국에서 불법 마약 사용이 만연한다는 방증”이라는 식약처 관계자의 설명은 심중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 아니란 말이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이 마약 청정국 지위를 잃은 지는 오래됐다. 높은 마약 사범 증가율 탓이다. 마약 사범은 마약류를 불법 상용·재배·유포한 범죄자를 일컫는다. 유엔은 인구 10만 명당 마약 사범 20명을 마약 청정국 마지노선으로 삼는다. 한데, 우리는 2016년에 기준보다 많은 25명을 기록한 뒤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35명에 이르렀다.
국내 마약 사범은 2022년 1만 8395명에서 지난해 2만 7611명으로 불과 1년 새 50%나 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몸과 정신 건강을 크게 해치고 강력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마약 범죄가 10대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 마약 사범의 급증에 따라 그 비중은 2022년 전체 마약범의 2.6%(481명)에서 지난해 5.4%(1477명)로 폭증했다. 정부 통계와 검·경찰의 단속에 잡히지 않은 은밀한 마약류 범죄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마약이 국민 일상을 파고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다. 이는 SNS와 인터넷, 해외 직구 등을 통한 마약류 유통이 횡행하면서 구입이 용이해진 데다 불법 거래되는 마약 종류가 다양해지는 추세라는 데 원인이 있다.
때마침 부산시와 부산마약퇴치운동본부가 24~28일을 ‘마약류 폐해 예방주간’으로 정해 마약 중독의 심각성을 알리고 마약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행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26일은 유엔이 1987년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목적으로 제정한 ‘세계 마약 퇴치의 날’이어서다. 마약 투약은 본인은 물론 가족과 직장,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가정 붕괴와 각종 사회 범죄를 낳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만큼 확고한 근절 대책이 요구된다. 그리고 마약 중독자 치료와 재활을 돕는 시설이 태부족해 이에 대한 보강이 시급하다.
강병균 논설실장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