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작품 완성 못 해”… 동아대, ‘찜통’서 미술대회
800명 고사장에 에어컨 2대만
“열기 때문에 정신 혼미” 분통
부산 한 대학 미술 실기대회가 제대로 된 냉방 시설 없이 때 이른 무더위 속에 치러져 입시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입시생과 학부모들은 고사장 내 무더위로 인해 작품 완성에 차질을 빚었다고 호소했다. 대학 측은 냉방 시설 보강·대회 시기 조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아대는 지난 23일 오전 부산 사하구 동아대 승학캠퍼스 예술체육대학 1관에서 ‘전국고등학생 디자인·미술 실기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고등학생 1100명이 참가했다. 대회 대상·금상·은상 수상자는 동아대 미대 입학 자격 및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학생들의 참가 열기는 뜨거웠다.
학생들은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5시간에 걸쳐 상황 표현·칸 만화·기초 디자인 등 응시 분야 작품을 그렸다. 참가 학생들은 체육관 등 3개 고사장에 배치됐다. 3개 고사장 중 가장 수용 인원이 많은 체육관에는 학생 800여 명이 배정됐다.
체육관에 있던 학생들은 오전 10시 대회가 시작되자마자 더위를 호소했다. 체육관 내 기온이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체육관에는 대형 에어컨 2대가 가동됐지만, 800여 명의 열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생들은 연신 부채질을 해가며 작품 완성에 집중했지만 어려움을 겪었다. 작업대가 에어컨과 거리가 멀거나 사각지대에 있던 학생들은 극심한 더위에 시달렸다. 한 학생은 어지럼증을 호소해 대회 관계자로부터 상비약을 받아 복용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오후 3시 작품 제출을 마치고 체육관에서 나온 뒤에야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던 학생들을 바라보며 부모들은 우려를 드러냈다. 고3 딸을 둔 한 부모는 “아이가 고사장에서 나오자마자 ‘고사장이 너무 더워서 정신이 혼미했고, 제대로 작품을 완성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부모는 주최 측의 대회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대회가 치러진 지난 23일 부산의 기온은 평균기온은 섭씨 24.1도, 최고기온은 26.8도였다. 대회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였던 점, 800여 명이 한곳에 모여 있었던 상황을 고려할 때 고사장 내 기온은 26도를 웃돌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섭씨 26도 이상일 경우 냉방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동아대 측은 실기 대회 운영에 미숙한 점이 있었던 점을 파악하고 대회 여건 개선 의지를 밝혔다. 동아대 미술학과 측은 “대학과 협의해 실기 대회 고사장 내 냉방 시설을 보강하거나 대회 일시를 더위가 시작되기 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