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 사망자 23명으로 늘어
한국인 5명·중국인 17명 등
군 납품 리튬전지서 불 추정
경기도 화성시 일차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사망자 23명을 포함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5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국적별로는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이다. 성별로는 남성 6명, 여성 17명이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사망자 23명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최초 사망자인 한국 국적 50대 A 씨와 소사체로 수습된 중국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40대 B 씨 등 2명이다. A 씨는 세 남매를 둔 아버지로, 막내는 아직 고등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근로자들은 모두 최초 발화 장소인 공장 건물 3동 2층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립된 공간에 연기가 순식간에 번지며 탈출로를 찾지 못해 다수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장소는 ‘군 납품용 일차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장소다. 불씨 역시 리튬전지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아리셀이 제조하던 군용 리튬전지는 폭발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년간 육군에서만 95건의 전지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육해공군과 국방기술품질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군에서 3년간 31건의 리튬배터리 폭발 사고가 있었다.
리튬은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제3류 자연발화성물질 및 금수성물질’로 관리된다. 물과 녹슨 철을 피해 보관해야 한다. 아리셀이 리튬배터리를 보관하며 보관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여부가 이번 화재 원인 규명의 중대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화성시청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화성 화재 사고 중앙수습본부(중수본) 첫 회의를 진행했다. 정부는 사망자 신원 확인에 전력을 기울이는 한편 유가족이 어려움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도 이날 화성 일차전지 공장 화재와 관련해 긴급 소방관서장 회의를 개최했다. 유사 화재 시 피해가 우려되는 유관기관에서 합동 긴급 안전점검을 실시해 비상구 장애물 적치 등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할 예정이다. 지역 소재 일차전지, 축전지 제조 기업 37곳과 에너지저장시설(ESS) 58곳이 대상이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