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오늘은 글로 말로 누구를 기쁘게 해 줄까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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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보물들 / 이해인

‘젊은 날 나는 새침하고 예민했다. 그러다 수녀원 생활을 하면서 돌멩이가 맑은 물에 닦이고 깎이듯 선하고 순해졌다.’ ‘나도 수녀님처럼 생각을 아름다운 글로 표현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러나 그것은 하느님이 주신 특은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부산 광안리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있는 이해인 수녀 이야기다. 뒤의 글은 고 김수환 추기경이 보낸 엽서에 적힌 글이다. 1964년 수녀원에 입회해 올해로 60년을 맞이한 그가 그동안 모은 이야기를 <소중한 보물들>에 담았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스스로를 ‘기쁨 발견 연구원’이라고 부르는 데서 짐작이 간다. 취미는 글로 말로 누구를 기쁘게 해 줄까를 구체적으로 궁리하는 것이란다. 2008년 대장암을 확진 받기 직전에도 수도자로서 ‘명랑하게’ 투병해야겠다고 결심한다. 모든 사람을 보물로, 하루하루를 보물이 묻혀 있는 바다로 생각하고 ‘보물을 캐는 사람’으로 살아왔다고 한다. 종교와 무관하게 그를 찾는 손님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이 책 속 수많은 보물 중에 ‘솔방울을 지니고 있으면 산을 지닌 것’이라는 구절이 특히 좋았다. 해마다 4월이 오면 2002년 4월 15일 김해 돗대산에 비행기가 추락한 사고로 목숨을 잃거나 중경상을 당한 166명의 사상자를 기억한다는 대목에서, 그가 바로 우리 곁에서 숨 쉬고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광안리에는 이해인 수녀가 살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가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병원이라는 학교에 자주 들락거리는 환자지만, 이제는 이별학교에도 정식 등록한 학생이 되어 충실하게 수업받고 싶다고 고백한다. 한 편의 시처럼 죽었으면 좋겠다니…. 살아 있어 기쁘고, 또 슬프다. 이해인 지음/김영사/232쪽/2만 2000원.


<소중한 보물들> 표지. <소중한 보물들> 표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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