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수평적 직관'을 직관적으로 보는 방법
■조승호 '수평적 직관 16'
조승호의 ‘수평적 직관 16 (Horizontal Intuition 16)’을 볼 때, 미술에 지식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막 세상에 등장한 ‘추상화’라는 작품을 대했을 때 느끼는 난감함과 비슷한 감정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디지털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온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해가 힘든 무언가와 유사하지 않을까?
부산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2005년부터 실험하고 있는 ‘수평적 직관 시리즈’ 중 16번째로, 6개 채널 비디오로 6개 영상이 동시에 상영된다. 더 정확히 각각 채널은 3개의 채널이 수직으로 교묘히 연결되어 6개가 아니라 실제로는 18개 채널로 구성되어 있다.
즉, 3개 영상(채널)을 묶어서 1개 영상(채널)을 만들었고, 이러한 영상 6개를 모아 한 세트로 구성한 작품이다. 여기에 소리가 더해져 상영시간은 6분으로 꽤 길다. 비슷한 장면을 6분이나 봐야 한다는 말이다.
6개 화면에서 나오는 영상은 서로 비슷하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고 애매하다. 언뜻 긴 직사각형 색면 혹은 검은 직선을 조합한 것 같기도 하고, 브라운관 TV를 보던 시절에 봤던 지지직거리며 나오던 영상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관람자는 점점 영상의 유사성을 이해하면서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낸다.
‘수평적 직관’이라는 제목을 보며 생각한다. ‘직관’이라는 명사는 ‘대상을 사고 활동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므로, 그 ‘대상’은 ‘수평적’이라는 형용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대상을 꾸며야 하는 형용사가 직관해야 하는 명사가(대상이) 될 수 없기에, ‘수평에 관한 직관’을 말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관람자는 똑똑하다.)
이제 조승호의 작품이 눈에 보이고, 머리에 들어온다. ‘수평’(水平, horizon)은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것’으로, 하늘과 바다가 만나 이루는 선을 말한다. 영상과 함께 나오는 소리가 파도 소리라는 것을 알아채면, 영상에 잔뜩 나오는 선이 수평선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작가는 왜 ‘수평’에 매달려 시리즈를 만들고 있을까? 바다와 하늘이 만드는 수평은 중력과 깊은 관계가 있다. 물리학이다. 두 개의 선이 만나 직각을 이루는 선을 수직이라고 한다. 이 정의는 수학과 관계가 깊다.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구조물과 물품은 수평과 수직의 종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빌딩, 책상, 핸드폰, 가방 등등. 산업과 기술이다. 그래서 수평에 관한 직관은 우리 삶에 관한 직관인 것이다.
김경진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