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단이 뭐길래…반환점 도는 경남 기초의회 곳곳서 파열음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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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의회 본회의 모습. 의회 사무과 제공 고성군의회 본회의 모습. 의회 사무과 제공

반환점을 돈 경남 기초의회 곳곳이 후반기를 앞두고 몸살을 앓고 있다. 원 구성을 놓고 불거진 여야 간 신경전에 시작부터 파행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볼썽사나운 감투싸움에 정작 민의는 뒷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고성군의회 더불어민주당 김원순, 김희태, 이정숙 의원은 26일 자 성명서를 통해 “의장단 선출 방식을 이번 후반기부터 ‘교황 선출 방식’이 아닌 ‘입후보 선출 방식’으로 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다음번으로 미루고 있다”면서 “이는 최을석 의장 연임을 위한 면죄부용”이라고 지적했다.

군의회는 내달 1일 제294회 임시회를 열고 후반기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다. 이어 2일 운영위원회, 기획행정위원회, 산업경제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장을 뽑는다.

제9대 고성군의회는 국민의힘 7명, 더불어민주당 3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사실상 국민의힘이 독식할 공산이 크다. 현재 의장단 구성안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의장은 현역 최다선인 5선의 최을석 현 의장 연임이 유력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달 초 최 의장과 면담을 갖고 “후반기에는 후배 의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 주기 바란다”며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최 의장은 출마 의지를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의원들은 “7대 전반기에 이어 9대 전, 후반기까지 하겠다는 것은 개인적인 욕심”이라며 “더 이상 군민을 우롱하고 고성군을 부끄럽게 만들지 않기를 바란다”고 직격했다.

나머지 원 구성에 대해서도 부의장이나 3개 상임위원장 중 한 자리는 민주당에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배윤주, 정광호, 김혜경, 최미선 의원은 25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의 논리로 원구성을 독점하며 독단과 독식의 파행을 일삼는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독자 제공 통영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배윤주, 정광호, 김혜경, 최미선 의원은 25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의 논리로 원구성을 독점하며 독단과 독식의 파행을 일삼는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독자 제공

이웃한 통영도 마찬가지다. 통영시의회는 27일 개회하는 제231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후반기 의장, 부의장 선거를 치른다.

23일 후보 등록 마감 결과 국민의힘 배도수, 신철기 의원이 각각 의장과 부의장에 단독 입후보했다.

통영시의회 역시 국민의힘 8명, 더불어민주당 4명, 무소속 1명 구성이다. 사실상 당선 확정인 셈이다.

기획총무위원회·산업건설위원회·의회운영위원회 등 3개 상임위원장은 28일 2차 본회의에서 선출한다.

전반기엔 모두 국민의힘이 꿰찼다. 후반기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미 조율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기 자리를 양보했던 김태균, 노성진, 김희자 의원 등 초선 3인방이 각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구상이다.

이에 민주당 배윤주, 정광호, 김혜경, 최미선 의원은 25일 통영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힘의 논리로 원 구성을 독점하며 독단과 독식의 파행을 일삼는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국민의힘에 민주적 절차와 논의를 통해 후반기 원 구성 방안을 논의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의원 구성 비율에 따라 원 구성도 비례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다. 의장을 제외한 4석 중 최소 1석 이상은 야당 몫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민주당은 “의장단 구성 협의절차에 소수정당과 무소속은 원천적으로 배제되고 있다”며 “이는 여야의 균형과 견제를 기대하는 시민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쪽수로 밀어붙이는 독단적인 원 구성에는 동참할 수 없다”며 후반기 개원식 보이콧을 선언했다.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손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회 선언 직후 집단 퇴장하면서 이후 의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독자 제공 거제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1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원 구성' 협상 결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손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회 선언 직후 집단 퇴장하면서 이후 의사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독자 제공

거제시의회는 더 심각하다. 거제시의회는 내달 18일 원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후반기 의장단을 선출한다.

2022년 7월 1일 임기를 시작한 제9대 거제시의회는 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출발부터 파열음을 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8석 대 8석’ 동수를 이룬 탓이다. 이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이후 처음이다.

국민의힘이 전·후반기 의장 독식을 고집하자 민주당은 등원 거부로 맞섰다. 이후 갑론을박을 거듭하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뒤늦게 접점을 찾았다.

당시 여야 협상단은 ‘전반기엔 여당이 의장과 운영위원장, 행정복지위원장을 맡고 후반기엔 야당이 의장과 상임위원장 2석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전반기 의장단을 선출했다.

그런데 최근 윤부원 의장이 합의안 파기를 선언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이유다.

양당이 합의문을 작성할 당시만 해도 양당 의원은 8명씩 같았으나, 이후 민주당 김두호 의원과 국민의힘 양태석 의원이 모두 탈당해 현재는 무소속이 됐다는 것이다.

윤 의장은 “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뽑게 돼 있다”며 “당시 합의문대로 민주당이 의장을 가져가면 무소속 의원들 권리까지 박탈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정당 간 합의를 헌신짝처럼 던지는 해괴하고 무책임한 주장에 경악한다”면서 “정치적 합의를 파기한다면 의회 파행을 불러올 뿐”이라며 경고했다.

그러면서 의원 총회를 통해 후반기 의장 후보로 안석봉 의원으로 내세우기로 했다. 또 행정복지위원장 후보에 박명옥 의원, 운영위원장 후보에 한은진 의원을 선출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추태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마디로 한심하다”면서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더는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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