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억 원 들인 ‘낚시 못 하는 낚시공원’…1년 반 만에 ‘반쪽 개장’ 우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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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군 해양낚시공원 장기 방치
낚시 불가…사업 재검토 ‘불가피’
새우 체험 등 구상…사업성 의문

경남 남해군 해양낚시공원 교각. 조성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김현우 기자 경남 남해군 해양낚시공원 교각. 조성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다. 김현우 기자

국비 등 54억 원이 투입된 경남 남해군 해양낚시공원이 준공 1년 반이 넘도록 개장도 못하고 방치돼 있다. 양식 물고기를 가둘 그물망조차 설치하지 못 하는 환경임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미흡한 사업 추진으로 낚시 콘텐츠가 빠진 ‘반쪽 개장’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7일 남해군에 따르면 남해 해양낚시공원은 2021년 11월 고현면 갈화·화전 마을어장 일원에 준공됐다. 축구장 40개 크기로, 낚시용 교각 2개와 좌대, 숙박동 등을 갖췄다. 국·도비를 비롯해 54억 2300만 원이 투입됐으며, 타당성 조사·기본계획과 실시설계 등을 마쳤다. 하지만 해양낚시공원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문을 열지 못한 상태다.

주된 원인은 낚시공원으로 조성했지만 정작 낚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당초 낚시공원은 가두리 양식장처럼 고현면 갈화·화전 마을 일원 섬 사이에 400m 길이 그물망을 설치하고 양식 물고기를 넣은 뒤 입장료를 받아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바다를 가로질러 가두리 망을 설치하면 배가 드나들 수 없고, 강한 파도에 망이 찢어질 가능성이 높아 조성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됐다. 사실상 물고기를 가둘 방법이 없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자연산 물고기가 다수 유입되길 바라는 것도 무리다. 썰물 때는 수심이 1~2m에 불과할 정도로 수심이 얕고, 바닥이 뻘층이라 큰 물고기가 살기 적합한 환경이 아니다.

남해군은 애초 가두리 그물망을 설치해 낚시공원을 운영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네이버 지도 캡쳐 남해군은 애초 가두리 그물망을 설치해 낚시공원을 운영하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사업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네이버 지도 캡쳐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운영자 모집도 난항을 겪었다. 애초 낚시공원은 갈화·화전 어촌계 위탁을 전제로 추진했지만 사업성이 떨어지자 어촌계가 위탁을 거부해 버렸다. 이에 민간 위탁을 검토했지만 이마저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1년 반 동안 개점휴업 상태로 남겨졌다. 숙박동을 비롯한 주요 시설은 한동안 사람 손길이 닿지 않으면서 곳곳이 부식되고 물이 새는 실정이다.

남해군 관계자는 “대상지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성이 없어지면서 어촌계가 위탁을 거부했다. 일단 사업 계획의 전반적인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운영자를 찾지 못한 군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직접 운영하기로 했다. 명칭을 ‘해양낚시레저공원’으로 바꾸고 빠르면 오는 8월께 운영에 들어간다. 일단 직영을 한 뒤 사업성이 생기면 다시 어촌계에 위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사업성을 갖출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가두리 설치가 불가능해지면서 사실상 유료낚시터는 운영이 힘들어졌다. 군은 낚시 콘텐츠를 대체하기 위해 새우 체험장을 구상하고 있다. 새우 통발을 설치한 뒤 유료 입장객을 받겠다는 복안이다. 또 하나는 레저산업으로, 카약과 딩기요트 체험을 준비하고 있다.

낚시공원 내 사무공간·화장실 모습. 1년 반 동안 문이 닫힌 상태다. 김현우 기자 낚시공원 내 사무공간·화장실 모습. 1년 반 동안 문이 닫힌 상태다. 김현우 기자

공원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새우는 일반적으로 7~10월에 잡힌다. 카약과 딩기요트 체험 역시 주로 여름에 집중되는 등 운영 시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마땅한 봄, 겨울 콘텐츠는 없는 상태다. 여기에 카약과 딩기요트 등 장비와 직원 근무 공간, 안전요원 배치 등도 과제로 남아 있다.

군 관계자는 “낚시공원으로 국·도비를 받은 만큼 ‘낚시’ 명칭은 일단 유지해야 한다. 현재 새우통발체험과 카약·딩기요트 체험을 먼저 시작한 뒤 차후 다른 콘텐츠를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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