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oCA, 오늘 만나는 미술] 우리들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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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주 '내재성'

양자주 '내재성 No.20210318_2021'.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양자주 '내재성 No.20210318_2021'.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부산현대미술관 기획전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 전술적 실천’은 10만 9천여 명 방문 관람객을 모으며 7월 7일 막을 내렸다.

전시를 떠올리면 저마다 인상을 남긴 작품이 있겠지만 전시장 입구에 놓여진 빨간 인주가 잔뜩 묻힌 손가락 지장이 찍힌 벽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이 붉은 손가락 지장 자국들은 전시 개막전 사전 모집을 통해 관람객과 함께 만든 작품 ‘Dots 부산’이다. 지난 9년간 러시아, 프랑스, 노르웨이 등 세계 각지를 순회한 본 작품은 2015년 부산 못골, 재개발 지역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양자주 작가는 2011년 부산 아지트 아트 레지던시를 계기로 부산과 인연을 맺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베를린으로 이주하기 전 부산에 거주하며 당시 150군데 이상이 재개발 중이거나 재개발 예정지로 사라지는 것들에 대하여 주목하였다. 재개발로 철거 예정인 한 주택 외벽을 작가의 지장으로 덮은 작업이 ‘Dots’ 연작의 시작이다.

도시 재개발 현상에 집중했던 이 프로젝트는 장소를 이동하면서 로컬의 다양한 사회현상을 담아낸다. 러시아 세인트 페테르부르크미술관 국제아트페스티벌 ‘경계와 국경을 넘어서’에서 난민과 국경 분쟁에 대한 내용으로 확장되었다. 2018년에는 프랑스 브장송에서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난민 서른여 명과 브장송 주민 250여 명이 함께 한 공공건물 외벽을 지장으로 덮기도 했다.

그 어느 곳에나 있는 거리를 작품의 표면으로 삼아 어디에서 제작되는지에 따라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공명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메타버스 공공예술 프로젝트인‘Between Particles and Waves’(2021)를 통해 마인크래프트라는 디지털 공간 안에서 사라진 집과 공동체에 대한 기억을 재건하고 소환해 냈다.

양자주는 도시의 모습이 변화하는 과정을 기록하고 사라지는 마을의 물질을 채집하여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오래전부터 생존을 위해 인간의 행한 ‘채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머물렀던 장소를 기억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 장소의 시간을 수집하고 보관하는 예술 실천으로 삼고 있다.

건물 외벽에서 벗겨낸 껍질, 빈집의 벽지, 내장재, 어느 집의 창문에서 잘라낸 낡은 모기장, 타일들, 이제는 보기 힘든 기와 조각, 오래되어 이끼가 낀 건물 대들보 조각, 거리에서 채집한 다양한 흔적들은 모은 ‘내재성’ 연작을 통해 이를 잘 보여준다.

김소슬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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