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가 아니다! 우리는 어반브레이크다!”
11~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려
미술 테크 음악 패션 댄스 브랜드
다양한 분야 협업 아트 페스티벌
독특한 전시, 무대에 관객 환호
‘MZ아트페어’ ‘여름의 핫한 아트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힙한 예술 전시’….
어반브레이크를 향한 기존의 수식어들이다. 매년 수십 개의 아트페어가 열리는 한국에서 이만큼 많은 별칭을 가진 건 어반브레이크가 유일하다. 그만큼 독특한 영역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기존 아트페어가 수용하지 못한 거리예술에 현대미술을 더한 어반브레이크는 트렌드를 이끄는 예술의 장으로 평가받았고 매년 여름 전국에서 수만 명이 찾을 정도로 성공했다.
올해 5회를 맞은 어반브레이크는 새로운 변신을 예고했다. 행사를 주최한 어반컴플렉스 장원철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그렇고 그런 아트페어가 아니다. 더 이상 아트페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 예술에 혁신을 더해 가장 재밌고 미치도록 화끈한 체험을 하는 아트 페스티벌이 될 것”이라고 소리쳤다. 11일 개막한 어반브레이크 현장은 장 대표 표현대로 ‘자유롭고 화끈하고 쌔끈한 예술 놀이터’ 그 자체였다.
행사장에서 처음 관객을 맞이하는 건 커다란 디지털 그라피티 벽이다. 관객은 스프레이를 들고 이 벽에 뿌리면, 그럴듯한 그피티 아트가 완성된다. 톡톡 튀는 스프레이 색깔과 개성적인 문양과 글씨를 쓰며 관객은 자신이 아티스트가 되는 경험을 한다. 행사장 입구부터 예술 놀이가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식이다.
아트페어를 탈피한 만큼 올해 갤러리 부스를 대폭 줄였고 이마저 어반브레이크의 취지에 맞는 작품으로 구성했다. 당연히 기존 아트페어 부스와는 완전히 다르다. 작업실을 통째로 뜯어온 것처럼 구성하기도 하고 부스 자체를 아예 설치 미술 작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부스 안에서 작가가 행사 기간 라이브 페인팅으로 작품을 벽에 그리며 완성하기도 했다.
행사장 한 편에 큰 소리가 나서 달려가 보니 레슬링 경기장이 세워져 있다. 가면을 쓴 레슬러들이 상대방을 바닥에 꽂아버리고 큰 목소리도 위협하기도 한다. 요즘 핫한 작가로 통하는 김태기 작가의 작품 ‘Wrestle PLAY-Urban Slam’이다. 프로레슬러처럼 가면을 쓰고 링 위에 올라 챔피언 벨트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시대의 사람들, 또 그 순간의 과정에 몰입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크고 반짝이는 챔피언 벨트가 링 한쪽에서 관객을 유혹하고 관객들은 과감히 링 위의 레슬러에게 도전하고 있었다.
기존 어반브레이크도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올해는 테크, 음악, 패션, 스트리트 댄스, 음식, 브랜드까지 결합해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을 자극하며 현장을 찾은 관객을 빠져들게 했다.
독보적인 스트리트 댄스 아티스트 리아킴과 거리의 흔적을 사진과 회화, 패션으로 표현하는 아티스트 오와칠호(OWA-7HO)의 협업은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무대에서 수많은 옷을 입는 리아킴은 문득 입고 버려지는 옷들이 아깝다고 느꼈고, 오와칠호는 무대 공연 후 쌓인 리아킴 스튜디오 의상들을 해체해 색다르게 붙여 새로운 의상을 완성했다. 리아킴은 이 모든 과정에서 영감받아 안무를 제작, 영상으로 담아냈다. 버려진 의류들로 만든 설치 작품에 리아킴의 댄스 영상이 보이며 신비하고 독특한 작품이 탄생했다. 올해 행사의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뮤지션 홍이삭과 프랑스 훈장을 받을 정도로 예술계에서 거장으로 불리는 전설적 그라피티 아티스트 존원의 협업 무대도 올해 행사의 하이라이트 공연이 됐다.
희귀 아이템을 포함한 3000여 점의 베어블릭 컬렉션, AI와 테크 기술을 활용한 작품, 세계적인 작가 덜크와 2011년생 천재 아티스트 니콜라스 블레이크 등 글로벌 아티스트가 참여한 멸종 위기 동물 특별전은 장관이라고 표현할 만큼 강렬한 자극을 선물했다. 이외에도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회화와 아트 토이 등 하루가 부족할 만큼 현장에는 볼거리와 놀거리가 넘쳤다.
장 대표는 “글로벌 아트 페스티벌로 키울 계획이다. 매혹적인 콘텐츠를 계속 추가해 매년 여름 전 세계에서 어반브레이크를 찾아오게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