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마을건강센터, 주민 건강 지킴이 역할 ‘톡톡’
주민 주도형 건강 프로그램 주목
15년간 노인 9만 6027명 등록
걷기 등 동아리·취미 활동 참여
육체·정신 건강 개선 긍정 평가
지자체 의존 예산 후순위 문제점
마을 간호사 1명, 마을 활동가 1명, 보건소 직원 1명이 짝을 지어 마을 주민의 건강을 챙기는 부산마을건강센터 사업이 노인 9만 6000여 명의 참여를 끌어냈다. 2007년 건강반송사업에서 출발한 지 15년 만이다. 이 사업은 주민의 높은 호응이 더해지면서 부산마을건강센터로 확대됐고 전국적으로도 주민 주도형 건강 지원 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다.
15일 부산시 건강도시사업지원단에 따르면 2007년 건강반송사업으로 출발한 주민참여 건강사업은 2010년 건강마을사업, 2016년 전국 최초 마을건강센터사업으로 확대돼 15년 동안 주민 참여를 끌어냈다. 부산시 건강도시사업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부산대 윤태호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 최신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윤 교수는 ‘부산시 소지역 주민참여 건강사업의 형성과 발전 과정:건강반송사업 이후 15년’을 주제로 마을건강센터 사업이 시작된 이후 부산 시민 건강의 변화를 짚었다.
다른 건강사업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부산시와 구·군이 행정복지센터나 보건소에 마을건강센터를 만들고 판을 깔아주기는 하지만, 주민 주도로 건강을 함께 관리해 나간다는 사실이다. 부산시 건강도시사업지원단 김혜정 팀장은 “2022년 기준 10만 6000여 명이 마을건강센터에 등록했고 이중 9만 6027명이 노인”이라면서 “진료 시간이 짧아 의사에게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간호사나 마을 활동가에게 말하고, 걷기 등 다양한 동아리(건강소모임) 활동에 참여하면서 노인의 고립감, 우울감을 해소하는 곳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2008년 부산시가 전국 시도 중 가장 연령표준화사망률이 높고, 기대수명이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건강마을사업이 시작됐다. 건강마을사업은 2016년 마을건강센터사업으로 전환했고, 센터도 16개에서 출발해 지난해 75개로 늘어났다.
긍정적인 지표 변화도 있었다. 2008년 부산 시민 기대수명이 78.3세에서 2020년 82.7세로 4.4세 증가했다. 마을건강센터 사업 때문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계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2019년 고혈압 환자, 당뇨병 환자 이용률이 각각 9.9%, 14.0%에서 2022년 20.7%, 27.3%로 늘어났다.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이 자발적으로 센터 활동에 참여하면서 마을 간호사와 마을 활동가의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다. 2019년 49.7%에 불과했던 걷기실천율도 2023년 53.2%로 대폭 개선됐다.
이들이 참여하는 건강 소모임은 걷기 등 건강과 관련한 활동이 대부분이고, 화분 가꾸기처럼 취미 활동까지 다양하다. 센터에서 또래를 만나 활동하면서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구·군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일일이 혼자 사는 노인 가구 안부를 묻지 않아도, 마을건강센터에서 활동하는 노인들이 이웃에게 건강 소모임 참여를 권하는 등 자발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마을건강센터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예산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지자체 예산 편성 때마다 이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윤 교수는 “센터 1곳당 약 6000만 원의 예산이 드는데 갈수록 지자체가 예산 편성에 소극적이다”며 “부산시가 추진하는 ‘15분 도시’ 사업의 취지와 맞닿아 있는 만큼 마을건강센터를 ‘15분 도시’ 사업의 주민 건강 거점으로 활용해 나가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