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고무된 보수 대결집… ‘유탄’ 맞은 반 트럼프 진영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트럼프 측 정적 헤일리까지 포용
강인함으로 “대선 잡았다”고 자신
바이든 측 트럼프 향한 공세 멈칫
후보 교체론 재점화 등 전략 혼돈

14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18일 나흘 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2024 공화당 전당대회’(RNC)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18일 나흘 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2024 공화당 전당대회’(RNC)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발생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으로 선거가 격랑에 휩싸인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피를 흘리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당시 상황을 선거에 적극 활용하는 등 TV 토론 이후 승기를 이어가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그간 집중적으로 펼쳐온 반트럼프 전략 수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데다 향후 후보 사퇴론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어 불안감이 감지된다.

■주먹 아래로 모여드는 보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피습을 계기로 보수 전체 결집에 나섰다. 그는 총격 다음날인 14일(현지시간) 자신 트루스소셜에서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단결해 미국인의 기개를 보여주고, 강하고 결연하게, 악이 이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지지층을 넘어 보수층 모두를 아우르기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또한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전당대회 두 번째 날 연설자로 내세우며 당내 정적을 포용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헤일리 전 대사는 당내 대표 온건파 인사로 경선 과정에서 열세에도 마지막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섰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도 헤일리 전 대사를 향해 ‘새대가리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며 강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총격 사건을 계기로 지난주까지만 해도 전당대회 초청 명단에도 없던 헤일리 전 대사를 찬조 연설자로 내세우며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불리는 열성 지지층 외에 온건 보수층까지 포용하려는 것이다.

당초 헤일리 전 대사를 도왔다가 이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 소속 정치자금 모금 활동가 오지 팔로모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전반적인 단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승기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모습이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 휘트 에어스는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이 어제(총격 사건) 전까지 희박했다면 어제 이후로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대선 승리보다는 의회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민주, 전략 수정 불가피

이 같은 상황에 민주당과 바이든 캠프는 선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진보 진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라며 맹공을 펼쳐 왔으며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총격 피습 사건 발생에도 ‘트럼프 네거티브 공세’를 계속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범행 동기가 정치적 견해 차이로 드러날 경우 역공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공화당 내에서는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이번 사건을 부추겼다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바이든 캠프와 민주당은 일단 모든 공세를 멈추고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쪽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14일 대국민 연설에서 “통합은 가장 달성하기 힘든 목표이지만 지금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캠프 측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강조하는 내용의 TV 광고와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발송을 중단했으며 선거운동원들에게도 ‘SNS나 공개 석상에서의 어떠한 논평도 삼가라’고 지시했다. 당분간은 정책 경쟁에 초점을 맞춘 운동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이러한 ‘점잔 모드’가 언제까지 유지되느냐다.

정국이 암살 미수 사건에 빨려 들어가면서 다소 잠잠해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와 후보 교체론은 민주당과 캠프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다.

일각에선 이번 총격 사건으로 후보 교체 압박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당 안팎에선 향후 언제든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상을 입고도 주먹을 불끈 보인 모습이 말을 더듬는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