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리그’ 민주당 전당대회, 부울경 실종 우려
‘당원 주권주의’ 이유 룰 개정 여파
권리당원 적은 PK 존재감 미미
지역 목소리도 소수 그칠 공산 커
문제 인식 당내 인사 없어 더 걱정
“20년 쌓은 노력 물거품” 지적도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두관(왼쪽부터)·김지수·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지난 14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대중의 동진 정책’과 ‘노무현의 전국 정당화’는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8·18 전당대회에서 부산·울산·경남(PK)의 목소리는 소수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20년간의 노력이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민주당은 1998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동진 정책을 펼쳤다. 2년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6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의 재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에도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택했고 이는 2년 뒤 대선 승리로 이어졌다. 20대 총선과 19대 대선에 이어 7대 지방선거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만개했다. 2016년 당시 민주당은 부산에서 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으며 2년 뒤 해운대갑 보궐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며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부산 현역은 6명까지 늘어났다. 2017년에는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산과 울산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부울경 모두 민주당이 광역단체장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그간의 민주당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란 위기감이 PK 민주당 내에서 고조되고 있다. 올해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및 최고위원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14%, 권리당원 56%, 일반 국민여론 30%다.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권리당원의 선거인단은 총 124만 1892명이다. 이 가운데 부산과 경남은 각 3만 명 안팎, 울산은 1만 500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체 대비 각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2%대에 그치며 합쳐도 6% 남짓이다.
이처럼 부울경은 권리당원 수가 적어 그동안 민주당은 대의원 반영 비율을 상향하는 형태로 가중치를 조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민주당이 ‘당원 주권주의’를 이유로 룰을 개정하면서 권리당원이 적은 PK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을 지적하는 목소리마저 없다는 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유력한 데다 이른바 ‘개딸’로 지칭되는 당내 강성 친명 지지층의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민주’가 사라졌다는 조소 섞인 말이 나온다. 16일 부산의 한 지역위원장은 “우리 당의 정신이기도 한 김대중, 노무현의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데 아쉬움이 크다”면서도 “그렇지만 지금 당 분위기가 누가 나서서 말한다고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수박으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선 부울경 현역들을 지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에서는 전재수(3선), 경남에서는 민홍철(4선), 김정호(3선) 등 다선 의원들이 지금의 상황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지역 야권 관계자는 “부울경에서 민주당으로 험난한 세월을 보내와 지역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당의 정신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