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 농업로봇 투입된다…제초·운반·방제 등 사람 대신 척척
GPS와 레이저센서 등 활용해
설정된 경로 주행하며 농작업
굴곡진 노면에 유연하게 대응
제초로봇은 1.5m 내 과수작업자 등 장애물이 있으면 정지한 후 장애물이 치워지면 다시 제초를 시작하게 했다. 또 제초로봇 하부에 접촉식 정지 장치를 붙여 로봇이 물체와 닿았을 때 바로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농촌진흥청 제공
방제로봇. 약제살포에 걸리는 시간과 위험을 대폭 줄여준다.
과수원에서 자율주행을 하며 제초작업을 하거나 운반, 방제 등을 하는 로봇이 개발됐다. 1대당 2500만~5000만원 정도의 가격이지만 2ha 정도의 과수원에서는 2.5~3년 운행하면 충분히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촌진흥청은 “과수원에서 제초·운반·방제 등 농작업을 사람 대신하는 로봇을 개발하고, 농가 현장 실증을 거쳐 빠르게 보급할 수 있게 상용화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농촌은 도시보다 빠르게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동력 손실을 대체할 기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고령 농업인이 불규칙한 노면이나 경사지에서 농기계를 조작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또 약제 살포에 걸리는 시간도 오래 소요되고, 농자재 운반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의 위험도 크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원에서 고정밀 위성항법장치와 레이저 센서(LiDAR), 영상장치 등을 사용해 설정된 경로를 주행하며 제초·운반·방제 등 농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제초로봇은 1.5m 내 과수작업자 등 장애물이 있으면 정지한 후 장애물이 치워지면 다시 제초를 시작하게 했다. 또 제초로봇 하부에 접촉식 정지 장치를 붙여 로봇이 물체와 닿았을 때 바로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제초로봇과 운반로봇은 공압 스프링과 같은 완충 장치를 적용해 지면에서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굴곡진 노면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로봇의 구동 방식을 엔진에서 전기로 개선했다. 방제 중 약제가 떨어지면 보충하는 위치까지 로봇 스스로 이동해 약제를 보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
운반로봇은 평소에는 작업자를 따라다니며 수확물이나 농기구 이송 등 농작업을 수행하다가 작업자가 필요에 따라 집하장 등 지정한 위치로 로봇을 보낼 수 있도록 셔틀 기능을 탑재했다. 수확 중인 작업자가 셔틀 기능을 켜면 사전에 지정한 위치로 로봇이 움직여 수확물 이송 등 업무를 수행한 후 다시 작업자가 있는 곳까지 돌아오게 된다.
또 제초로봇은 물건을 싣고 이동하는 운반로봇의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상부에 공간을 확보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로봇을 상용화하고, 농가 생산성 향상이나 안전사고 최소화 등 농작업 편이성을 검증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총 5년에 걸쳐 농업용 로봇 현장 실증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농촌 주산단지 거점을 기반으로 아주심기, 제초, 방제, 수확 등 재배 전 과정에 다수의 로봇이 투입된다.
현재 함양(양파), 당진(벼), 거창(사과), 옥천(복숭아), 연천(콩), 김제(밀) 등에 투입돼 효과를 검증 중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과수뿐만 아니라 식량과 채소 분야에서도 무인 농작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이승돈 원장은 “인구감소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식량 안보를 지키려면 로봇 기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라며 “앞으로 농가에 빠르게 보급해 농업인 삶의 질 향상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