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재 사망 절반은 ‘근속 6개월 미만’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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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2020~2022년 분석
제조업 사망 사고 37% ‘새내기’
일용·임시직 많은 건설업은 80%
“초기 교육·안전 관리 강화해야”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산업현장에서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근속 6개월 미만 미숙련 노동자가 ‘약한 고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갓 새로운 직장에 입사한 노동자들에게 안전 교육이 미비한 산업현장 문제점을 보여준다.

18일 부산연구원이 발표한 ‘부산 지역 산업재해 현황과 안전한 일터를 위한 정책과제’에 따르면 2020년에서 2022년까지 부산 산재 사고 사망자는 근속 6개월 미만 비중이 가장 높다. 전체 사망자에서 근속 6개월 미만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년 평균 54.7%다. 근속 기간 6개월~1년 미만만 돼도 그 비율은 14.43%로 뚝 떨어진다.

산재 사고 사망자가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에서도 근속 6개월 미만 노동자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제조업의 경우 3년 평균 14.3명의 사고 사망자 중 6개월 미만 노동자는 5.3명(37.2%)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제조업 산재 사고 사망자 3분의 1 이상이 새내기 직원이었던 셈이다. 이들은 일을 시작한 지 채 6개월도 안 돼 기계가 손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산재 사고로 사망했다.

이런 현상은 입사 초기 노동 안전 교육 부족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부산연구원 손헌일 책임연구위원은 “부산 제조업 사업장은 영세 하청 업체가 많아 다수의 직원을 고용하기 힘들다 보니, 보조자가 함께 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홀로 근무하다 큰 사고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청과 하청 업체의 격차가 안전 문제로 드러나는 상황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하청 업체에서도 충분한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업에선 산재 사고 사망자 중 재직 6개월 미만 노동자 비율이 더 높아진다. 건설 일을 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3년 평균 22명인데, 그 중 6개월 미만 노동자는 17.7명(80.3%)으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다. 건설 현장별로 인력 공급이 이뤄지다 보니, 일용직 비율이 높아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영만 지역노동사회연구소장은 “근로 계약 기간 1개월 미만인 근로자를 일용직, 계약 기간이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근로자를 임시직이라 칭한다. 건설 현장은 일용·임시직 비율이 높고, 정규직은 몇 명 없는 경우가 많다”며 “산업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정규직과 달리 안전교육이 잘 이뤄지지 않다 보니 사망 사고 비율도 높다”고 말했다.

숙련도가 낮고 안전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사고 발생 시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만큼 안전에 대한 초기 교육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미숙련 노동자 사이에서 반복되는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해선 사업주가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대 직업환경의학과 강동묵 교수는 “빠르게 생산하고 수익을 빨리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주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안전을 위한 투자는 사업을 하기 위해 드는 필요악 같은 비용이 아니라 노동자에겐 생명, 사업주에겐 기업 이미지나 수익과 직결된 문제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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