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천·초량지하차도 저류조 설치, 예산난에 힘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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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부족한 기초지자체로선 불감당
정부와 시 차원 추가 지원책 따라야

2020년 7월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2020년 7월 23일 사망자가 3명 나온 부산 동구 초량 제1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이 수색작업을 벌이는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초량지하차도와 동천 일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저류조와 배수펌프 등을 설치하는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관련 예산을 확보할 길이 막막해서 그렇다고 한다. 시민의 안전이 걸린 사업이 돈 때문에 좌초될 위기에 처한 셈인지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알려진 바로는 두 사업에 모두 685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국비와 시비로 해당 예산의 75%를 충당키로 했는데, 문제는 나머지 25%를 해당 사업자인 부산 동구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재정자립도가 겨우 14%인 동구로선 감당하기 힘든 금액이다. 기초지자체별 형편을 고려한 정부와 시 차원의 지원책이 몹시도 아쉽다.

부산 동구에는 폭우와 만조가 겹칠 경우 침수가 급속히 진행될 위험이 큰 곳이 많다. 초량동과 범일동 일대가 특히 위험한 지형조건을 가진 곳으로, 실제로 2020년 7월 23일 게릴라성 폭우로 초량동 제1지하차도가 침수돼 3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피해가 컸던 원인으로 갑작스러운 폭우 외에도 배수시설 등 구조적 문제도 함께 지적됐는데,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게 저류조다. 저류조는 빗물을 가두고 일정 수위를 넘어가면 자동으로 인근 바다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폭우가 잦은 요즘 시기에 한시가 급한 안전시설이라고 하겠는데, 예산 때문에 사업이 벽에 부딪혔으니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건 저류조만이 아니다. 폭우 시 침수 가능성이 높은 지하차도의 자동 진입차단시설도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지난해 7월 15일 충북 청주시 오송지하차도 사고 이후 정부는 전국 402개 지하차도에 설치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설치율은 4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의 경우 사정은 특히 열악하다. 전체 57개 지하차도 중 진입차단시설 설치 의무화 대상에서 빠진 곳이 41개나 되기 때문이다. 이 역시 예산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지자체 예산 실정에 따라 진입차단시설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지만, 지금 상태라면 자칫 만시지탄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근래 장마가 장기화하면서 제주, 호남, 충청, 수도권 등 전국에서 ‘물폭탄’이라고 부를 만큼 많은 비가 불규칙하게 내린다. 아직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고는 하나 가공할 재난이 덮칠 가능성은 상존한다. 무엇보다 시간당 100mm 호우 같은 극한의 이상기후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해마다 되풀이된다. 예전 같은 안일한 임기응변식 대처로는 피해를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각종 재난에 대비한 보다 적극적이고 치밀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의 재난 시스템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저류조 같은 필수 안전시설에조차 예산 걱정부터 해야 하니 왜 안 그렇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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