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열악 지자체 지갑에 맡겨 놓은 침수 방지 시설 건립
국·시비 매칭 수백억대 예산 없어
부산 동구 저류조 설치 사업 난항
특별 교부금 등 지원책 마련 시급
부산 동구에서 초량지하차도와 동천 일대 침수를 막기 위해 추진하는 저류조 설치 사업이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벽에 부딪혔다. 국·시비 지원이 있어도 수백억 원대 예산이 필요한 사업이라 기초지자체 부담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는 추세라 침수 피해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필수적인 안전시설만이라도 추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동구청은 2021년부터 ‘범일2 침수위험지구’와 ‘초량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2020년 7월 집중호우로 동천이 범람해 범일동 자성대아파트가 침수되고, 초량지하차도에 빠르게 물이 차올라 3명이 숨진 사고를 계기로 두 사업을 시작했다. 동구는 폭우와 만조가 겹치면 침수가 빠르게 진행될 위험이 큰 지역이다.
초량 정비사업은 초량제1지하차도 옆 부산과학체험관 정문 지하에 7000㎥ 규모 저류조와 배수 펌프, 수문 등을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예산 455억 원으로 추산되며 2026년 7월 공사를 시작해 2028년 12월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범일2 정비사업은 범일동 동천 하구 자성대아파트 주변에 4800㎥ 규모 저류조와 배수 펌프를 설치하는 내용이다. 예산 230억 원을 투입해야 하고, 공사는 내년 1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진행 계획이다.
문제는 두 사업에 필요한 예산이 기초지자체인 동구가 마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두 사업은 국비 50%와 시비 25%를 제외하면 동구도 25%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초량과 범일2지구에 각각 113억 7500만 원과 57억 5000만 원을 투입해야 하지만, 동구는 이달까지 7억 원과 44억 1650만 원만 확보했다.
동구가 추가로 편성해야 하는 예산은 120억 원이 넘는다. 초량과 범일2지구에 106억 7500만 원과 13억 3350만 원을 각각 투입해야 한다. 재정 자립도가 14.1% 수준으로 낮은 동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안전 예산 투입은 중요하지만, 구 예산 비중이 많아지면 정작 다른 사업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안전시설에 대한 예산은 정부가 기초지자체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재정 여력이 거의 없는 각 지자체에 특별교부금 등 정부 차원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김 청장 등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을 만나 두 사업에 국비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침수가 자주 발생한 곳이어서 하루빨리 예산을 확보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