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수출 16일 걸려 싱가포르 도착…신선도 그대로 유지
농촌진흥청 CA 기술로 수출
참외손실률은 1%에 불과해
현지 한인점포에서 완판 기록
싱가포르에 CA 기술을 적용해 선박으로 수출한 참외. 현지 한인점포에서 소비자들이 시식을 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참외. 외국에서는 이색 과일로 인기가 높지만, 신선도 유지 기간이 10일 정도로 짧아 수출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참외 장거리 선박 수출이 첫걸음을 뗐다.
농촌진흥청은 “참외를 장거리까지 수출할 수 있도록 온도와 공기 조성을 조절하는 시에이(CA) 선박 기술을 적용해 우리 참외를 싱가포르까지 안정적으로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시에이(Controlled Atmosphere)란 산소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작물의 호흡을 억제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농촌진흥청은 2021년부터 이 기술 적용을 연구해오고 있다.
시에이(CA) 선박 기술로 참외를 다른 농산물과 혼합 선적해 홍콩(7일 거리)에 수출한 적은 있지만, 이보다 더 먼 싱가포르에 참외 단독 수출을 시도해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지난 6월 말 참외 2.5톤을 실은 시에이 컨테이너 수송 조건을 온도 4도, 산소 농도 5%, 이산화탄소 농도 12%로 설정했다. 동시에 현지 유통기간을 늘리기 위해 예비 냉장과 포장 기술도 적용했다.
유통상 문제로 평소보다 수송기간이 3~5일 지연(총 16일)되면서 우려가 컸지만, 현지 조사 결과 참외 손실률은 1% 이하로 매우 낮았다. 기존 일반 선박 컨테이너로 수출할 때의 손실률 25~40%와 비교하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 처음 수확했을 때와 비슷하게 껍질 색과 겉모양, 아삭함을 유지했고 곰팡이 부패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더구나 항공수송보다는물류비가 50% 절감된다.
이 참외는 싱가포르 한인 판매점에서 이틀간 완판됐다. 참외를 맛본 소비자들은 ‘항공수송 참외와 비슷’(57%) 하거나 ‘더 맛있다’(43%)라고 평가했다. 현지 한인 온라인 모임에서도 오랜만에 들어온 신선 참외 구매 문의가 이어졌다.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로 캐나다 베트남 태국까지 참외 수출국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저장유통과 홍윤표 과장은 “참외 수확 물량이 늘어나는 5~7월은 고온으로 신선도 유지가 쉽지 않아 장거리 수출 기술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라며 “이번 수출 성공을 계기로 참외 맞춤형 선박 수출 모형이 현장에 정착될 수 있도록 기술지원을 지속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