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체제 국힘, 분열 접고 민생 위한 여당 거듭나야
전대 경선서 당 대표 확정 대세론 입증
갈등 끝내고 미래 비전 리더십 보이길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경선 결과 한동훈 후보가 당 대표로 선출됐다. 일각에선 결선 투표행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한 후보는 62.8%의 득표율로 ‘대세론’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원희룡(18.8%), 나경원(14.6%), 윤상현(3.7%) 세 후보의 추격을 뿌리치고 당 대표로 확정된 한 후보는 당 분열을 딛고 민생을 챙기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는 막중한 과제 앞에 서게 됐다. 당장 전대 기간 동안 후보 간 상호 비방, 폭로전 등으로 찢어진 당의 분열 상황을 추슬러야 한다.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00여 일 만에 다시 돌아온 만큼 위기에 빠진 당을 일으켜 세울 특단의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여당의 이번 전대를 돌이켜 보자면, 유력 대권주자였던 한 후보와 중량급 인사로 분류되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뒤엉켜 볼썽사나운 난타전을 연출했던 게 사실이다. 대통령에 대한 ‘배신의 정치’ 논쟁, 김건희 여사의 ‘사과 문자 메시지’를 둘러싼 공방, 이 과정에서 드러난 여론 조성팀·댓글팀 운영 의혹,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 하루가 멀다고 비방과 폭로가 터져 나왔다. 여당 전대 역사상 이렇게 무지막지한 자해성 난투극은 없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당연히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총선 패배를 반성하고 앞으로의 길을 모색하기에도 모자란 지금, 국민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이런 행태를 보이냐는 비판이다.
이런 이전투구 속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한 대표의 향후 발걸음은 그래서 무거울 수밖에 없다. 한 대표가 당권을 잡았지만 당장 당 안팎의 거센 견제가 집중될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무엇보다 전대 과정에서 만신창이가 된 당 내부의 분열 상황은 봉합하기 쉽지 않은 숙제다. 전대가 비방과 폭로로 얼룩진 책임으로부터 한 대표도 피해 갈 수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참된 반성과 성찰이 필수적이다. 한 대표가 당정 관계 재정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만큼 향후 대통령실과의 충돌도 불가피하리라 예상된다. 당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실과의 바람직한 관계를 설정하는 게 관건이다.
우여곡절 끝에 당권을 쥔 한 대표에게 주어진 숙제는 산적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민심을 헤아리는 데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이후 제대로 된 반성의 자세와 책임 있는 집권당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국민들이 요구하는 당 쇄신은 외면했고, 야당 독주에 대비한 국회 운영의 역량도 없었다. 집권여당은 국정 운영에 무한책임을 진 정당이다. 여소야대 정국이 더 이상 무기력의 핑계나 구실이 될 수는 없다. 한 대표는 이런 구태를 벗겨내고 민생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당으로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집권여당 수장이 마땅히 갖춰야 할 역량이요,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