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구청 ‘동문서답’ 코미디 행정에도 아파트 심의 통과
이기대 아파트 심의 전 의견 교환
시 “경관 훼손 없도록 검토” 협의
구청 “도로 폭 넓히겠다” 엉뚱 답변
전문가들 “엉터리 심의 절차” 지적
서지연 시의원, 시·구청 감사 청구
부산 남구 용호동 이기대공원 일대에 아이에스동서(주)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아파트 조감도. 부산시가 주변 경관 훼손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남구청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공공 경관 자원인 이기대를 가리는 아이에스동서(주)의 고층 아파트 계획과 관련, 부산시 도시계획과가 주변 경관 훼손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부산 남구청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구청은 부산시 의견에 대해 동문서답식 답변을 달고 ‘반영’됐다는 자료를 부산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를 지적하자 뒤늦게 “잘못 적은 것”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했다.
지구단위계획 의제 처리로 아이에스동서의 용적률 부풀리기 길을 터주고, 경관 심의를 피해갈 수 있는 조례를 적용하는 등 업자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을 받는 남구청 행정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부산일보〉가 시 주택사업 공동위원회 주관으로 진행한 아이에스동서의 부산 남구 용호동 고층 아파트 계획 통합 심의 관련 자료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남구청이 제출한 자료 곳곳에서 황당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심의는 지난 2월 열렸다.
대표적인 부분이 부산시 도시계획과 지적 사항에 대한 남구청 조치사항이다. 시 도시계획과는 ‘대상 부지는 시의 대표적 수변공원인 이기대공원 전면부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이기대 예술공원 기본계획 수립, 용호만 재개발 사업 등 수변 친수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한 다양한 계획들이 진행 중임을 감안해 고층 공동주택 건설로 인한 주변 경관 훼손이 없도록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이 일대는 경관 보호 등이 필수인 퐁피두센터 분관, 용호만 재개발 사업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남구청은 ‘경관 보호 조치’를 묻는 질문에 엉뚱하게 동산교 확대 답변을 내놨다. 남구청은 해당 자료에 ‘동산교 현황 11.9m(2차로)에서 3차로로 확폭을 통해 중로 2-A호선(분포로)과 차량의 동선이 연계될 수 있도록 계획하였음’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고는 시 도시계획과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처리했다.
해당 사업장 주 출입로인 동산교의 경우에도 부산시와 남구청 관련 부서 여러 곳에서 교량 폭 확대를 주문했다. ‘용호부두 마스터플랜’ 등 시 장기 계획상 동산교는 현재 12m인 교량 폭을 20m로 확장하고 왕복 4차로, 양측 보도 등도 추가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남구청 제출 자료상에는 교량 재가설 어려움을 이유로 들며 15.9m, 왕복 3차로로 확장하겠다는 입장이 반복됐다. 다만, 향후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보고 반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향후 용호부두 재개발,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등을 감안할 때 해당 지역의 사실상 유일한 진출입로인 동산교의 역할과 기능을 무시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부산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남구청이 종합적인 검토를 해서 적정하게 반영했다고 올렸다고 보고 이를 심의에서 다룰 수 있도록 안건을 올린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사항은 문서를 작성한 남구청에 문의하라고 공을 넘겼다.
남구청은 본보 취재에 “(심의 자료에)잘못 적은 것일뿐”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남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시 도시계획과)검토 의견에 대한 조치 계획이 아닌데, 담당자가 밑에 적어야 할 내용을 위에다 잘못 적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반영’ 처리를 한 부분에 대해서도 “추후 검토 등으로 표현했어야 하는데 잘못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구청과 부산시를 거친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시 심의위는 해당 아파트 건설 계획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심의 절차가 얼마나 엉터리로 이뤄졌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은 “시가 사전 검토 과정에서 분명히 우려를 나타냈는데도 남구청이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했다면 엄연한 핵심 절차 위반”이라면서 “누락이나 문제점에 대한 인식도 없이 형식적으로 서류를 올려 사전 심의를 통과시켰다면 소극적이고 기계적인 행정으로 민간기업에 수익을 몰아준 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의원은 부산시에 남구청 등에 대한 감사 청구를 한 바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