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혐의 없음’ 잇따르자 “적극 수사” 호소 나선 피해자
대책위, 부산경찰청 앞 기자회견
“미반환 피해자 170명 달해도
사기죄 아니라는 경찰에 분통”
검찰 보완 지시, 재수사 사례도
부산 지역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30일 오전 전세사기 피해 1년을 맞아 부산경찰청 앞에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 피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 결과가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전세 사기에 따른 정신적·금전적 피해가 확실한 만큼 경찰이 더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등은 30일 오전 10시께 부산경찰청 앞에서 부산 연제구를 비롯한 다가구주택 4곳에서 발생한 발생한 전세금 미반환 피해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기자회견엔 피해자 20여 명이 참석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부산 곳곳에 건물 4채를 소유한 임대인 A 씨 가족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170여 명에 이른다. 이들 1명당 평균 전세 보증금은 1억 원 정도다. A 씨와 가족이 소유한 부산 연제구와 부산 전포동 등에 위치한 건물 4채엔 모두 207세대가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A 씨 가족은 2022년 초까지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다가 그 이후엔 제대로 보증금 반환을 하지 못했다는 게 피해자들 주장이다. 전세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은 부산 연제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연제서에 접수된 고소장은 현재 9건이며, 피해액은 6억 원가량이다.
피해자들은 A 씨가 본인 소유가 아닌 건물에 대해서도 가족 소유 건물이라면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사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피해자는 “A 씨는 과거 공직자 출신임을 강조하며 임차인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문제는 경찰이 조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은 A 씨가 처음부터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을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전세 보증금 반환을 위해 노력한 점도 인정됐다. 수사 결과 통지서에 따르면 A 씨는 전세 세입자들 보증금을 반환할 목적으로 20억 원 정도를 대출받았다. 경찰은 전세 계약·연장 시점을 기준으로 A 씨가 대출을 받을 능력이 있었고, 모두 보증금 반환에 사용했기에 계약 당시 변제 능력과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입자들을 속인 게 아니기 때문에 ‘사기 혐의’를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전세사기가 성립되려면 계약 당시 보증금 반환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있다고 피해자들을 기망해야 한다”며 “계약 이후 사정이 변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한 경우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일 말고도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난 일은 또 있었다. 지난 1일에는 부산진경찰서가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50대 임대인 D 씨에게 고의성이 없다며 혐의를 적용하지 않자 피해자들이 검찰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검찰로부터 보완 수사 지시를 받은 경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피해자들은 경찰을 비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경찰은 ‘곧 보증금을 돌려줄 것’이라며 보증금은 반환하지 않고 있는 A 씨에게 사기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만 한다”며 이는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과 금전적 피해를 외면하는 처사라고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