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한 끗 차… 상대보다 나를 어떻게 다스릴지 중요” [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태극전사에 보내는 승전가] 정은화 부산외대 배드민턴 감독
국대 출신 지도자계 ‘미다스의 손’
올해 협회장기 등 3관왕 위업 달성
32년 전통 ‘전국 최강팀’ 육성시켜
셀프 코칭 통한 ‘감정 컨트롤’ 강조
“단식 여제 안세영, 그랜드슬램 기대”
혼복 서승재·채유정, 김원호·정나은
한국 선수끼리 4강전, 은메달 확보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로 ‘중국’
“긍정적 마인드, 큰 무대 즐겨야”
대한민국 배드민턴은 지난 16년간 올림픽 ‘노 골드’ 수모를 겪었다. 2012 런던 대회부터 2020 도쿄 대회까지 3개 대회 연속 금메달과 거리를 뒀다. 하지만 우리 배드민턴 선수들에겐 우승 DNA가 새겨져 있다.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는 박주봉-김문수와 황혜영-정소영이 우승했고, 1996 애틀랜타 대회에선 김동문-길영아, 방수현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4 아테네 대회에서는 김동문-하태권, 2008 베이징 대회에선 이용대-이효정이 금맥을 이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고 한다. 그 중심에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재패한 안세영 등 배드민턴 ‘황금 세대’가 주축을 이룬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배드민턴팀 정은화(51) 감독은 1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회 초반 우리 선수들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곧 적응해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며 “많은 수의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고교·대학시절 배드민턴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은퇴 후 2012년부터 부산외대 배드민턴팀 감독을 맡아 전국구 강팀으로 키웠냈다. 배드민턴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수많은 선수를 배출한 대한민국 ‘배드민턴계 전설’이다.
■금메달 5개 중 3개 가져올 것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수확하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쳤다. 특히 여자 배드민턴은 29년 만에 중국을 꺾고 역대 두 번째 단체전 우승을 일궈냈다. 여자 단식 개인전에서 안세영은 숙적 천위페이를 2-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 멤버’가 한국 배드민턴 부활의 불씨를 파리에서 피워 올린다. 올림픽에는 남자 단식과 여자 단식, 남자 복식, 여자 복식, 혼합 복식 등 총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파리 출정에 나서는 이번 대표팀의 목표는 역대 최다인 금메달 3개다.
안세영은 28년 만의 여자 단식 금메달 획득에 나선다. 안세영은 조별 예선에서 2승 무패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했다. 그리고 1번 시드로 받은 부전승으로 8강에 자동으로 선착했다.
혼합복식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 조와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 조는 8강전에 승리해 나란히 4강에 진출했다. 태극전사 맞대결이 성사돼 두 팀 중 하나는 무조건 결승전에 오른다. 일단 은메달은 확보해 둔 셈이다.
여자 복식에서는 세계 2위 백하나(23·MG새마을금고)-이소희(30·인천국제공항)와 7위 김소영(31·인천국제공항)-공희용(27·전북은행)이 도전한다. 두 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각각 은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팀은 이번 대회 나란히 8강에 올랐다.
정 감독은 “안세영 선수의 경우 이번 대회에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석권)을 달성하게 된다. ‘낭만 있게 마무리하겠다’는 남다른 포부를 밝혔는데 기대가 크다”며 “전 종목에서 메달이 기대될 만큼 약한 구석이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최강 세대’이기 때문에 메달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은 ‘마인드 컨트롤’
정 감독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본격적으로 배드민턴을 시작하게 됐다. 남들보다 큰 키가 눈에 띄어 스카웃됐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하게된 운동이지만 곧 배드민턴의 매력에 빠졌다. 정 감독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주니어 대표를 지냈고, 고교 3학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1996년에는 전국종별선수권대회에서 단식 1위, 단체전 1위를 차지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지도자로서의 능력도 출중하다. 1992년 부산외대 배드민턴팀 창단 멤버이자 2013년부터는 감독을 맡아 모교에서 후배이자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32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부산외대 여자 배드민턴팀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의 주역인 길영아(현 삼성생명 여자팀 감독)를 비롯해 수많은 국가대표를 배출한 전국 최강 팀이다. 2022년 전국체전에서는 30년 만에 단체 1위, 지난해에는 단체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전국연맹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전국실업대항 및 학교대항(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전국종별배드민턴선수권대회, 전국실업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등 주요 대회 시상대에 여러 선수가 올랐다.
지난 6월 충북 충주시 충주체육관에서 개막한 2024 전국실업대항및학교대항(대학)배드민턴선수권대회 여대부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해 협회장기, 연맹회장기 대회에 이어 3개 전국대회를 석권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올해 졸업한 지영빈 선수는 국가대표로 발탁되기도 했다.
부산외대를 전국 최강으로 만든 비결은 그의 특별한 훈련 방식에 있다.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생각과 감정’을 강조하는 훈련을 시킨다. 정 감독은 “어린 선수들에겐 감정 컨트롤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매주 셀프 코칭 시트지 작성을 시킨다”며 “정확하게 자신의 문제를 관찰할 수 있고, 이를 코치진과 함께 해결해 감정·의지·신체 삼박자의 균형이 잡힌 완벽한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같은 관점에서 정 감독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세계 최정상 선수들이 모여 경기를 펼치는 만큼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실력은 한 끗 차이다. 정 감독은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나라로 ‘중국’을 꼽았다. 남여 단식, 혼합 복식 등 결국 중국의 벽을 넘지 못하면 우승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정 감독은 “실력은 비슷하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부분이다”며 “될 일은 어떻게 되더라도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듯 대회에 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상대방의 전력을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어떻게 잘 다스릴지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