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산업 고수온 비상, 물가안정·식량안보 차원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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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멸치 등 회유 어종 어획량 급감
해양 생태계 변화 맞춘 기술 개발해야

박완수 경남지사(가운데)가 31일 통영시 산양읍 해상가두리 양식장을 찾아 고수온·적조 대응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연합뉴스 박완수 경남지사(가운데)가 31일 통영시 산양읍 해상가두리 양식장을 찾아 고수온·적조 대응 상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앞바다가 들끓고 있다. 〈부산일보〉에 따르면 폭염이 지속되면서 평년보다 최대 4도까지 수온이 오르는 등 기록적 고수온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1일 오후 2시부로 고수온 주의보를 위기경보 ‘심각 1단계’로 격상했다. ‘고수온 주의보’는 수온이 28도에 도달했을 때, ‘고수온 경보’는 28도의 수온이 3일 이상 지속될 때 각각 발령된다. 우리나라 연안 수온은 1970년 16.04도, 지난해 18.09도에 이어, 오는 2050년 최대 19.41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지구 평균보다 최대 4배 빠른 속도이다. 부산 앞바다 고수온 현상은 대마 난류 유입이 늘고, 북태평양 고기압 확장으로 바닷물에 가해지는 복사열도 강해진 탓이라고 한다.

연안 수온 1도 상승은 육상 기온 5도 이상에 맞먹는 변화로 해양 생물에는 치명적이다. 고수온은 우리나라 바다의 생태계를 바꿔, 국민 생선인 고등어, 멸치 등 회유성 어종의 서식지마저 바꾸고 있다. 회유성 어종은 선호하는 수온과 먹이를 찾아 이동하는데, 우리나라 연근해를 벗어나면 국내 어업 생산량이 뚝 떨어지게 된다. 오징어와 꽁치, 명태, 도루묵 등은 생산량 집계조차 힘들 정도로 국내 어획량이 줄었다고 한다. 반면 파랑돔, 연무자리돔 등 열대 어종 출몰이 급격히 늘었다. 적조 발생과 여름철 해파리 출몰이 잦아지는 것도 고수온 때문이다.

고수온은 수산업 타격뿐 아니라 국민의 밥상 물가와도 직결된다. 선호도가 높은 대중성 어종인 명태, 꽁치에 이어 오징어까지 자취를 감추면서 수산물 수급 대란을 부추겨 ‘피시플레이션’(fishflation·수산물 가격 급등) 우려를 확산시키고 있다. 잦은 양식장 폐사, 어획량 감소는 곧바로 수급 불안과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고수온은 양식 생물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1일 제주도에서 양식장 광어 3600여 마리가 올해 처음으로 폐사하는 피해도 발생했다. 피해는 비단 수산업계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수산자원과 식량안보, 물가, 식문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내 연안 고수온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이다. 물가안정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이상 기후와 변화하는 바다 환경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고수온 발생을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예측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토대로 주요 연근해 어종의 서식지 변화 정보를 어업인에게 제공하고, 고수온에 적합한 양식 품종 및 육상 양식 상용화 기술 개발, 어장 재배치 등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피시플레이션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사라지는 어종에 대해서는 수입국 다변화도 실시해야 한다. ‘한국 수산업 메카 부산’의 명성 유지를 위해서도 고수온 현상에 대한 총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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