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체제 구축하는 한동훈, '친한' 인선 속도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의로 속도
후속 당직 인선 통해 '친한' 구축
지명 최고위원·사무부총장단 측근 전망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 지도부 ‘친정체제’ 구축에 한층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친윤(친윤석열)계인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이 최근 사의를 밝히면서 친한(친한동훈)계로 당 주도권이 이동, 새로운 권력 구도로 재편되는 모양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명직 최고위원에는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무총장을 보좌해 당내 현안을 관리하는 전략기획부총장 자리는 전당대회 캠프 총괄상황실장을 맡았던 신지호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사무총장에는 친한계 서범수 의원이 임명됐다.
여기에 홍보본부장은 장서정 전 비상대책위원, 대변인은 한지아 의원이 하마평에 오른다. 이들 모두 친한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다. 조직부총장 자리에는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원내에서 우선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섭 의원 등 비주류 성향 인사들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는 현 홍영림 원장 재신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전당대회 캠프 때 곁에서 도운 현역 의원에게 여연원장을 맡기자는 의견도 있어 여러 인물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친한계로 전당대회 당시 한 대표를 물밑에서 지원한 정성국 의원도 여러 당직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당연직인 정책위의장에 이어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인선이 완료되면 최고위 구성원 9명 중 5명이 친한계 또는 한 대표가 임명한 인사로 채워진다. 앞서 한 대표는 비서실장으로는 역시 친한계인 박정하 의원을 임명했다. 이어 정 전 정책위의장 후임에 대구·경북 지역 4선인 김상훈 의원을 내정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 내정을 두고는 ‘표결’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간 대표와 원내대표가 협의 후 단수로 지명하는 정책위의장 인선 안건의 경우 관례상 표결을 거치지 않고 추인해왔다. 한 대표 측은 김 내정자 인선 과정에서 대통령실에도 의견을 구하고 추경호 원내대표와도 조율을 거쳐 추인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한 친한계 의원은 “친윤계의 표결 주장은 가능성이 극히 떨어진다. 전당대회 이후 또다시 갈등 국면을 맞는 건 위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며 “김 의원이 TK 4선 중진인 데다 표결로 가더라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이 김 정책위의장 내정자의 추인을 전망하는 가운데 친한계 내부에선 만약 표결로 갈 경우 “이 기회에 ‘반한’(반한동훈) 표가 얼마나 나오는지 가늠해 보겠다”는 판단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한 대표는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비공개 회동에 대해 본인이 제안해 성사된 자리였다며 “우리는 여러 사안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전날 TV조선 강적들 방송에서 이같이 밝히며 “과거의 친소관계로 만나는 게 아니라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라는, 굉장히 중요한,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 하는 공적 지위로 만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전 정책위의장의 사퇴와 관련해선 “사람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변화가 필요하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선택은 제가 아닌 당심·민심 63%가 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