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문화예술공원 입구에 고층 아파트가 웬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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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피두센터 분관 유치 청신호 등
시 기본계획 수립 용역 순항 도중
시작 지점 고층 아파트 건립 인가
경관 보존 해외 사례 강조하던 시
업자 배불리는 정책에 비판 자초

4일 세계적 문화예술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일원. 공원 초입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문화예술공원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기자 kjj1761@ 4일 세계적 문화예술공원 조성이 추진되는 부산 남구 이기대공원 일원. 공원 초입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문화예술공원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센터 분관을 유치해 이기대 일원을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부산시의 계획이 민간 사업자의 고층 아파트 건립으로 시작부터 어그러지게 됐다. 동생말부터 오륙도까지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를 따라 자연과 문화·예술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원을 만들자는 게 시의 구상인데, 공원의 진입로 격인 이기대공원 초입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시민과 관광객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미술관 운영에도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00억 원이 넘는 시민 혈세를 투입해 민간 사업자의 개발이익을 높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4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현재 ‘이기대예술공원 조성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용역은 남구 이기대를 자연·생태·예술이 조화를 이룬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해 일본 나오시마나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과 같은 세계적 문화예술 거점 공간으로 변모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기대예술공원은 동생말에서 오륙도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4.7km 구간, 125만㎡ 규모의 부지를 활용해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박 시장은 지난해 10월 이기대예술공원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아름다운 해안 절경과 자연환경을 가진 이기대의 생태환경을 보존하면서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는 예술문화공원으로 가꾸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의 구상은 아이에스동서가 이기대 초입에 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면서 계획 수립 단계에서부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해안 산책로 입구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교통 혼잡과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등으로 공원 접근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이기대의 빼어난 해안 절경이 훼손되는 것은 물론, 생태 문화예술공원을 표방하는 이기대공원의 전체 콘셉트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미술계 전문가는 “일본 나오시마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일대를 예술, 문화 콘셉트에 맞춰 조화롭고 통일성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라며 “이기대공원 입구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면 생태예술공원 취지가 심대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이나 생활권 침해를 제기하는 아파트 입주민의 각종 민원 등으로 미술관의 프로그램 운영에도 적지 않은 제약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동아대 김승호 미술학과 교수는 “이기대예술공원에서 음악회나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것인데, 아파트 민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민 혈세를 들여 민간 사업자 배를 불린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퐁피두센터 분관 건립에는 1000억 원이 넘는 시 예산이 들어가고 매년 100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세계적 문화예술공원 조성이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민간 사업자가 이를 프리미엄 삼아 분양가를 높여 폭리를 취할 공산이 크다. 시민 모두를 위한 공용 공간인 이기대공원이 아파트 입주민의 앞마당으로 전락하게 됐다는 비판도 거세다.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한영 사무처장은 “결국 막대한 예산을 들여 민간 사업자 이익만 챙겨주는 꼴”이라며 “이기대와 퐁피두센터 분관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행정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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