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메달 안세영 분노 발언, 스포츠 행정 쇄신 계기 삼자
배드민턴협회 운영 등 문제 공론화
체육계 전반 난맥상 점검·개선해야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세영이 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경기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의 운영 시스템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내용의 사실 여부와 협회의 책임 등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셔틀콕 여제의 구체적 증언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안 선수는 협회의 선수 부상 관리, 선수 육성과 훈련 방식, 대회 출전 등에 관한 문제점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부상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개인 트레이너 사용 의견이 무시되었으며, 재활 중에도 대회 출전을 강요받았다고 한다. 그의 발언은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최근 축구 대표팀 감독 선임 문제로 논란이 된 대한축구협회 등 다른 종목 협회에도 경각심을 일깨우는 문제 제기다.
안 선수는 “부상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대표팀에 실망했다.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말했다. “현재의 낡은 시스템에서는 부상 위험이 크고, 협회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 방식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배드민턴도 양궁처럼 체계적이어야 한다며 선수 지원·육성을 위한 협회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도 강조했다. 배드민턴 대표팀 운영이 그동안 국제대회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은 복식 위주였고, 단식은 소홀히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결과가 좋으면 과정의 문제는 덮고 넘어가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선수가 직접 제동을 건 것이다.
배드민턴협회는 2018년 해외 대회 출전 선수들은 이코노미석에 태우고, 협회 임원진은 비즈니스석에 태워 논란이 됐던 적도 있다. 선수가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는 협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안 선수의 분노는 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다. 그의 문제 제기는 결과만큼 과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운동선수들의 달라진 가치관을 반영한다. 2000년대 이후 태어난 MZ 세대는 올림픽에 도전하는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둔다. 과정이 공정하면 그 자체를 즐기고 어떤 결과라도 받아들인다. 소통과 절차, 공정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문제 제기에 귀 기울이고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선수나 선수 출신 지도자들이 협회의 운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건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안 선수의 문제 제기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필요시 적절한 개선 조치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른 종목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없는지 들여다볼 거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협회들도 구체적 비위나 선수 선발 과정, 운영 등에 불합리한 점은 없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에서 공정은 생명이다. 공정 잃은 협회는 어떤 신뢰도 받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런 발언을 왜 하나 하는 질타도 있지만, 스포츠 행정을 쇄신해 체육 발전을 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