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금' 박태준 "20년간 이 순간을 위해 살아왔다… 꿈 아니죠?"
한국 태권도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남자 58kg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태준이 '금메달을 위해 살아온 것 같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7일(현지시간) 박태준(세계 랭킹 5위)은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남자 58kg급 결승에서 가심 마고메도프(아제르바이잔·26위)를 맞아 상대 부상으로 기권승을 거뒀다.
이는 한국 태권도가 이 체급에서 처음으로 딴 금메달이자 한국 남자 선수가 2008 베이징 대회 손태진(68kg급), 차동민(80kg 초과급) 이후 16년 만에 수확한 금메달이기도 하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공동취재구역에 나타난 박태준은 "내가 지금까지, 20년을 이 순간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내 선수 생활이 담긴 금메달"이라고 기뻐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친구를 따라 도장을 다니며 태권도를 접한 박태준은 5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교 입학 직후까지 체격이 작은 편이었으나 이후 키가 180cm까지 자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한성고 재학 당시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박태준은 2년간 매섭게 성장해 고3 때인 2022년 10월 월드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54kg급)에서도 정상에 올랐으며, 지난 2월에는 올림픽 선발전에서 세계 랭킹 3위의 장준(한국가스공사)을 제치고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결국 올림픽 금메달도 거머쥐었다.
이대훈 대전시청 코치를 따라 한성고에 입학할 정도로 이 코치를 존경하는 박태준은 "이제 한성고에 올림픽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한성고 출신 '태권도 스타'인 이 코치의 올림픽 최고 성적은 은메달이다. 2012 런던 대회 결승에서 '호적수' 호엘 곤살레스 보니야에게 패해 금메달 대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첫 출전한 올림픽부터 이 코치를 뛰어넘은 박태준은 "올림픽 금메달은 모든 스포츠인의 꿈이다. 뜻깊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취재진을 보자마자 "꿈 아니죠?"라고 되묻던 박태준은 "금메달을 딴 순간 그동안 준비했던 과정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순간 울컥했다"고 회상했다.
결승전에 앞서 박태준은 음악을 들으며 그랑팔레의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듣고 있던 노래는 가수 데이식스의 히트곡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로, 박태준은 "오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서 들었다"며 미소지었다.
그 말처럼 박태준은 남자 58kg급 최초의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한국 태권도에 안겼다.
금메달을 따면 자기 목에 걸어 달라고 했던 세 살 터울의 동생 박민규의 요청을 떠올린 박태준은 "그렇게 할 지 한 번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박태준을 따라 한성고에 입학한 박민규도 태권도 선수다.
김주희 부산닷컴 기자 zoohih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