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폭염 틈타 코로나19 재유행, 철저한 방역·개인위생을
엔데믹 이후 대응 능력 크게 떨어져
과거 고통 겪지 않게 경각심 높여야
올여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조짐을 보이면서 편의점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찾은 수요도 크게 늘었다. 사진은 한 편의점에 진열된 자가진단키트. 연합뉴스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한 공포심이 다시금 우리 사회를 엄습하는 모양새다. 코로나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이하 키트) 판매량이 폭증하고 있는 게 그 예다. 이달 초 편의점 프랜차이즈 CU의 키트 매출이 지난달보다 833%나 늘었다고 하니, 국민들이 느끼는 두려움의 정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두려움은 부산 등 남부 지방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키트 판매량 폭증 추세가 부산, 울산, 경남, 전남, 제주에서 두드러지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휴가철 인구 이동이 상대적으로 많은 탓으로 보인다. 게다가 키트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고충이 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키트 판매량만 폭증하는 게 아니다. 코로나 재유행 조짐은 병원에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하는 환자 수에서 거듭 확인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최근 4주간 그 수가 5배 넘게 급증했다. 방역 당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속도다. 이 같은 코로나 재유행은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인 KP.3의 빠른 확산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돼 우려를 더한다. 미국에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되는 KP.3는 면역회피 능력이 다른 변이 바이러스보다 뛰어나 전파 속도가 빠르며, 면역력이 취약한 노인들에게 특히 위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 입원 환자의 3분의 2가 65세 이상 노인으로 집계됐다.
위험은 점점 커지는데 우리 사회의 코로나 대응 능력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상태다.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이 4급으로 떨어진 이후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치료 지원은 사라지고, 일상 회복 조치에 따라 방역 당국의 감시 체계도 크게 약화된 것이다. 무엇보다 코로나가 독감과 같은 일반 호흡기 감염병으로 분류된 탓에 전수 검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국적인 추이만을 추적할 뿐 지역별 구체적인 현황은 파악하지 않는다. 세부적인 현황 파악이 안 되는데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할 리 만무하다. 이런 형편에 의정갈등의 여파까지 겹쳐 현재 국내 방역체계는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이 틈을 타고 코로나 외 다른 호흡기 질환들까지 창궐할 조짐이다. 영유아 사이에서는 수족구병이, 소아청소년 중심으로는 백일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확산 중이다. 이런 질환의 확산세가 단기간에 꺾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폭염 탓에 밀폐된 실내의 에어컨 사용량이 늘고 물놀이장 등 다중밀집시설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염 가능성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엔데믹 이후 감염병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많이 떨어져 있다. 다시금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할 때다. 개개인은 위생 관리에, 정부는 방역체계 점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과거 코로나 대유행 당시 고통을 또다시 겪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