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한 경쟁의 가치 일깨운 '파리의 기적'
MZ세대 자신감·긍정·도전이 원동력
멋진 승부 펼친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태권도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결승에서 이란의 나히드 키야니찬데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제33회 하계올림픽이 11일(현지시간) 17일간 열전의 막을 내렸다. 100년 만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번 올림픽은 프랑스만의 문화적 자산을 살려 센강에서의 수상 행진, 문화유산 경기장 활용 등 많은 볼거리를 선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은 최약체라는 예상을 깨고 당초 목표인 ‘금메달 5개’를 훌쩍 뛰어넘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11일 현재 한국은 금메달 13개를 비롯해 은메달 8개, 동메달 9개를 획득해 종합 순위 7위를 기록했다. 젊은 선수들의 당찬 도전은 열대야와 경기 침체, 정치권의 정쟁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과 감동을 선물했다.
이번 올림픽은 대한민국 MZ세대 선수들이 주도했다. 겁 없는 신세대들의 주눅 들지 않고 과정을 즐기는 문화, 긍정과 배려의 자세가 금메달 행진의 원동력이었다. 태권도에서 김유진(24)은 세계랭킹 24위였지만, 세계 1·2·4·5위를 모두 격파해 도전 신화를 만들었다. 대표팀 최연소 선수인 반효진(17)은 공기소총 10m 개인전에서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거 아니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역대 10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펜싱에서 “질 자신이 없었다”라는 말년병장 도경동(25)의 말처럼 모두가 자신감이 넘쳤다. 신유빈(20)은 탁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지고도 “나를 이긴 상대들은 나보다 더 오랜 기간 노력했던 선수들”이라면서 상대 선수를 안아 주는 매너를 선보인 것도 감동적이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이었다.
‘공정 경쟁’이 파리 올림픽에서 빛을 발하면서, 한국 사회에 큰 메시지를 보냈다. 여자 단체전 10연패, 남자단체전 3연패의 위업을 이룬 양궁이 대표적이다. 양궁은 도쿄올림픽 3관왕마저 떨어지는 등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경기보다 어렵다고 할 정도로 선수 선발 과정이 공정하다. 사격 대표팀도 선발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한 결과 신예 선수를 대거 발탁해 메달 사냥에 성공했다. 학연과 인맥 등 연줄과 부조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그러기에 선수들은 어떤 의혹도 없이 모든 힘을 불태우고, 그 결과에 승복한다. 실력으로만 승부하는 ‘공정한 경쟁’이 우리 사회의 경쟁력이어야 함을 각인시켰다.
대한민국 국민은 MZ세대 선수들이 만든 유쾌한 도전의 드라마를 보면서 더위를 이겨냈다. 선수들이 ‘지옥과 같은 훈련’에서 땀으로 체득한 철학에서 힘든 세월을 견뎌 낼 지혜도 얻었다. 이번 올림픽은 강압이 아니라, 공정한 기회와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자유로움만 보장한다면 청년세대 누구라도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가 깨달아야 할 일이다. 지난 17일간 도전을 즐긴 젊은 영웅들 덕분에 행복했다. ‘누구든’ 스타였고, ‘모두가’ 영웅이었다. 당당하게 승부를 펼친 모든 선수와 스태프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