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회장님 찬스’ 수백억 부당 대출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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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에 350억
허위 서류 제출하고 대출 정황
금감원 현장 검사 과정서 확인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최근 4년간 616억 원 상당을 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350억 원은 통상 기준·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다. 사진은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우리금융지주 제공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최근 4년간 616억 원 상당을 대출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중 350억 원은 통상 기준·절차를 따지지 않은 부적정 대출이다. 사진은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우리금융지주 제공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등에 수백억 원대의 부당 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출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허위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지주 회장의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았다는 정황까지 밝혀졌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예고했다.

11일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대상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회사인 우리금융지주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차주를 대상으로 616억 원(42건) 규모의 대출을 내줬고, 이 중 350억 원(28건)이 부정하게 대출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금감원 현장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약 3년 9개월 동안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11개 차주를 대상으로 23차례 걸쳐 454억 원의 대출을 실행했다. 11개 차주는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전현직 대표로 있거나 대주주로 등재된 법인과 개인사업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원리금 대납 사실까지 고려하면 해당 친인척이 대출금의 실제 자금 사용자로 의심되는 9개 차주 대상 162억 원의 대출이 추가로 있었다”며 “이를 포함하면 총 42건 616억 원의 관련 대출이 실행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부 대출 중 취급액 350억 원에 달하는 28건은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 과정에서 통상의 기준과 절차를 지키지 않고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차주가 허위로 의심되는 서류를 제출했지만, 별도 사실 확인 없이 대출을 실행했거나 담보 가치가 없는 담보물을 담보 설정하고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근거로 대출을 진행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척 대출 구조도. 금융감독원 우리은행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척 대출 구조도. 금융감독원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대출 대부분은 한 지역본부장의 주도로 실행됐다. 해당 인물은 이미 면직 처리된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손 전 회장이 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손 전 회장이 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은 5건(4억 5000만 원)에 불과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우리은행의 대출 과정에서 △서류 진위 여부 확인 누락 △담보·보증 부적정 △대출 심사 절차 위반 △용도 외 유용 점검 부적정 등 4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번 검사 결과는 법률 검토를 토대로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차주 관련인의 허위 서류 제출 관련 문서 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선 수사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현 체계에서 지주와 은행의 내부통제가 정상 작동하지 않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고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최근 지속 발생한 은행권 대출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준비 중인 ‘여신 프로세스 개선’에 이번 검사 결과의 문제점을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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