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강천 시커멓게 물드는데, 낙동강환경청 ‘뒷북’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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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강서구청 민원 접수
검은 폐수 같은 오염수 유입
준설 과정서 처리 부실 추정
환경청 뒤늦은 현장 점검 도마
에코델타 하천 수질 개선 차질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대저2동 4744-15 인근 평강천에서 시커먼 오염 탁수가 흐르고 있다. (사)생명그물 제공 지난 2일 부산 강서구 대저2동 4744-15 인근 평강천에서 시커먼 오염 탁수가 흐르고 있다. (사)생명그물 제공

서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한 첫 하천 정비 사업지인 부산 강서구 평강천에 시커먼 물이 흐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환경단체와 준설 업계는 준설 과정에서 오염 탁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평강천은 친환경 수변도시를 표방하는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하천으로 수질 개선은 서부산 시대의 필수적인 조건이다. 공정을 관리·감독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민원이 접수된 후 뒤늦게 현장 점검과 원인 조사에 나서는 어설픈 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부산 강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4일 ‘에코델타시티 공사장에서 평강천으로 오염수가 유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이 접수된 지역은 부산 강서구 대저2동 에코델타시티 사업지 인근으로 평강천 평강지구 하천정비사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자료를 보면 검은 폐수처럼 보이는 물이 오탁 방지막을 넘어서 평강천 하류로 흐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오염 정도가 심한 물이 평강천을 뒤덮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해당 민원은 담당 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이첩된 상태다.

평강천 평강지구 하천정비사업은 약 80억 원을 투입해 2021년 12월부터 부산 강서구 대저2동과 명지동 일대 평강천 하류 4.3km 구간 64만여㎥를 준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평강천은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데 수질 3~4등급으로 오염 정도가 심각하다. 평강천은 유속이 느리고 낙동강 본류가 제대로 유입되지 않아 강 바닥에는 오니토(오염된 퇴적토)가 쌓여 있다. 수질 개선 목적으로 오니토를 제거하는 준설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환경단체와 준설 업계는 평강천 준설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 탁수(흐리고 더러운 물)가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유출된 것으로 추정한다. 이들은 투기장 관리 문제를 핵심 원인으로 꼽는다. 투기장은 바닥에 쌓인 펄이나 모래 등을 준설할 때 발생하는 오니토를 버리는 장소를 의미한다. 투기장에서 맑은 물하고 오니토를 분리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맑은 물은 정화해서 흐르게 하고 수분이 가득한 진흙 형태인 오니토는 수중 펌프로 빼내 탈수 과정을 거쳐 재처리해야 한다. 물과 오니토가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채 공정이 이뤄지면 지금의 평강천처럼 투기장에서 시커먼 물이 넘쳐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평강천의 2차 환경 피해도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인 공정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2년 8개월 동안 진행된 평강천 평강지구 준설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 탁수가 지금처럼 하천 하류로 계속 흘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환경단체와 준설 업계의 설명이다. 수질 개선을 목적으로 준설하고 있지만, 오염된 물을 다시 하천으로 흐르게 하면서 오히려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4대강 사업에 참여했던 한 준설업체 관계자는 “2년 8개월 동안 준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 탁수와 흙탕물을 전부 하천으로 보낸 것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며 “준설 이후 발생하는 방류수도 탁도(물의 혼탁 정도) 기준을 지켜 맑은 물로 정화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공사를 관리 감독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실상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평강천은 ‘친환경 수변도시’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진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하천이다. 이 일대 준설은 수질 개선을 위한 첫 단추로, 에코델타시티가 서부산권 대표 생태 신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다. 어느 신도시보다 수질 정화가 중요한 곳이라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수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시커먼 물이 평강천으로 흐르는 줄 모르고 있다가 민원이 접수되자 뒤늦게 현장 점검에 나섰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지 인근에서 오염수가 나오고 있다는 민원을 처음 접수했고 시공사와 감리단에 원인 조사를 요청한 상태”라며 “자세한 원인을 파악해 조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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