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빼서 안전 자산 vs 내릴 때가 매수 시점… 양분된 개미 투자자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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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먼데이’ 여파 상반된 대응
신용융자 잔고 줄고 금 거래 급증
반면 개인 주식 대거 매수 흐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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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증시가 급락하면서 올해 초부터 3000만 원을 신용 대출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김 모(42) 씨는 일부 종목을 손해 보고 매도해 대출을 상환했다. 증시가 이튿날부터 반등했지만 언제 또 이 같은 급락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주식 투자 비중을 대폭 줄였다. 김 씨는 “주변에서 금리 인하로 주식 시장이 상승기를 맞는다고 하지만 매일 널뛰기 하는 장세에 빚을 내 하는 투자는 위험하다고 판단했다”며 “워낙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향후에 여윳돈이 생기면 주식보다는 금이나 채권 ETF 등에 투자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증시가 8% 이상 급락한 ‘블랙 먼데이’ 여파로 개인 투자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투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대신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자산 이동과 개인이 주식을 대거 매수하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코스피, 코스닥 시장 신용융자 잔고는 17조 126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신용융자 잔고가 19조 516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 만에 12.2% 감소했다. 코스피는 신용융자 잔고가 9조 8132억 원이었는데 신용융자 잔고가 10조 원 아래로 내려온 건 지난 3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신용융자 잔고가 단기간 내에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건 증시가 급락하면서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의 담보 비율에 따른 반대매매와 함께 투자자의 자체 ‘손절’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5일 59조 4876억 원에서 지난 8일 55조 1217억 원으로 4조 원가량 줄었다. 3일 만에 4조 원가량이 줄어든 것은 다른 투자처로 현금이 이동한 것을 뜻한다. 위험 자산인 주식 대신 금, 예금 등 안전 자산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안전 자산인 금은 지난 9일 한국거래소에서 164억 원이 거래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증시에서 개인 자금이 이탈하면, 증시 개인 매수세는 자연스레 줄어드는데 개인 주식 매수량이 함께 늘어나는 기현상도 포착된다. 주식 시장에 남은 개인들이 하락 때마다 추가 매수를 통해 상승 시 수익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와는 반대로 개인이 매수를 통해 증시 상승을 이끌면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처럼 ‘제2의 동학 개미운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개인의 이 같은 투자 패턴을 “저가 매수하면 반드시 오르더라”라는 2020년의 학습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본다.

전문가들은 2020년 코로나 확산기처럼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가 확산될 경우 증시 하락으로 개인 손실을 넘어 증시 전반의 낙폭을 과도하게 키우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래에셋증권 김석환 연구원은 “지난 5일 증시 낙폭이 유독 컸던 배경에는 미수 거래나 신용 융자 거래 등에 따른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에 대거 나온 점도 분명히 있다”며 “증시가 하락할 때는 반대 물량이 나오면서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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