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한항공 '에어부산 분리매각' 지역 여론 경청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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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요구안 전달 위한 회동 거절
지역민 무시 도를 넘었다는 비난 자초

13일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에어부산 여객기가 대한항공 여객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3일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 에어부산 여객기가 대한항공 여객기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시민의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한 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벽에 막혔다. 부산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후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본사를 부산에 두는 방안과 에어부산 분리매각 등 두 가지를 협상 카드로 대한항공에 제시할 예정인데 회동 자체를 거절당했다. 지역 사회의 들끓는 여론에 박형준 시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섰지만 대한항공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와 산업은행도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뒷짐만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오히려 대한항공 입장을 두둔하는 모양새다. 10월 기업결합심사가 완료될 예정인데 이대로 가다간 에어부산 분리매각의 골든타임을 날려 보낼 공산이 크다.

대한항공이 분리매각 요구에 완강하게 버티는 것은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심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와서 합병 조건을 바꾸면 전체 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부산 분리매각이 합병 심사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법률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인수·합병(M&A) 전문 법무법인은 자회사 매각은 ‘경쟁 제한성’을 완화하기 때문에 합병 심사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굳이 법률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대한항공은 이미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분리매각을 했다. 기업결합심사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대한항공의 부울경 무시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난이 나온다. 에어부산은 단순히 아시아나항공 자회사가 아니다. 시와 지역 기업이 지분 참여로 만들고 시민과 함께 키운 지역 항공사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을 때는 시민 혈세를 투입해 지켜냈다. 대한항공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2020년 11월 정부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발표 당시만 해도 통합 LCC 허브를 지역 공항으로 하겠다는 약속으로 부정적 여론을 진화했던 게 대한항공이다. 지금 와서 기업합병심사 운운하는 것은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다. 대한항공 이용객에 수도권 주민만 있는 게 아니다. 대한항공은 김해공항 여객 폭증에도 투자는 않고 외항사 취항을 방해한다는 혐의까지 받는다.

국제 항공 여객 수요 회복세로 김해공항에도 여객이 늘면서 상반기 에어부산 실적도 크게 개선되는 상황이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절호의 기회인데 기업결합에 발목이 잡혀 있다. 2029년 말 가덕신공항 개항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시는 대한항공의 철벽 앞에 주저앉을 게 아니라 더 강하게 분리매각을 밀어붙여야 한다. 시민사회, 상공계, 정치권과 힘을 합해 국토부, 산은, 대한항공을 압박해야 한다.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못 하겠다면 당초 약속대로 통합 LCC 본사를 부산으로 하면 될 일이다. 피땀으로 키운 지역의 알짜 항공사를 날로 먹겠다는 게 될 일인가. 대한항공의 후안무치를 지켜보는 지역민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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