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세월호 다큐 안되고 이승만 미화 다큐는 OK?…광복절 다큐 논란
15일 ‘기적의 시작’ 방영 결정
KBS제주총국, 공동성명 발표
“역사 왜곡 다큐 방영 중단해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영화 '기적의 시작' 포스터. 퓨어웨이 픽쳐스 제공
공영방송 KBS가 광복절 특집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기로 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KBS 내부에서도 방영을 철회하라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등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4일 방송가에 따르면 KBS는 15일 KBS 1TV 프로그램 ‘독립영화관’을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기적의 시작’을 방영할 예정이다. ‘독립영화관’은 매주 금요일 방송되는 독립영화 소개 프로그램으로, KBS는 광복절을 맞아 프로그램을 추가 편성했다.
하지만 다큐 ‘기적의 시작’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과도하게 미화한 영화라는 점에서 갈등이 불거졌다. 영화 ‘기적의 시작’은 앞서 영화진흥위원회에 독립영화 인정을 신청했다가 ‘객관성이 결여된 인물 다큐멘터리’ 등의 이유로 불인정 판단을 받은 작품이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본부, 민족문제연구소 등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가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왜곡 다큐를 편성했다”고 항의했다. 이들은 “이 다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민만 생각한 청렴한 정치인이고, 그의 하야는 국민을 생각한 위대한 결단인 양 미화하고 있다”며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을 남한 내 좌익 세력이 주도해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방해한 사건으로 규정하면서도 이를 입증하는 사료 제시조차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KBS 전국기자협회 제주지회, KBS PD협회 제주지부, KBS 영상제작인협회 제주회원, KBS 아나운서협회 제주회원 등 KBS 제주방송총국 구성원들도 지난 13일 공동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 다큐는 제주 4·3과 여순사건을 좌익 세력이 자유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방해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수십 년에 걸쳐 치열한 논쟁 끝에 정립된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는 내용이자, 국가 폭력의 아픔을 피눈물로 버텨온 제주 4·3 희생자와 유족들을 두 번 울리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논란 속에도 KBS 본사가 '기적의 시작'을 방영하기로 하면서 KBS 제주방송총국 구성원들은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지경”이라며 “KBS 본사는 ‘기적의 시작’ 방영으로 KBS 종사자임을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 사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KBS 편성본부에서는 독립적인 편성권에 의해 방송 편성을 결정하였고, 광복절을 맞아 다양성 차원에서 해당 다큐 영화를 선정, 방송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지난 2월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제작을 중단하고, 지난달에는 현장 중계를 하는 기자의 노트북에 붙어 있던 세월호 추모 리본을 모자이크 처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